[실명제 논란]『완화』『강화』 극단적 대립

  • 입력 1997년 3월 6일 19시 55분


[백승훈 기자] 지난 93년8월 탄생한 금융실명제만큼 보완주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제도도 드물 것이다. 여당과 재계는 실명제의 완화를, 시민단체들은 강화를 주장해 왔다. 제도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핵심적인 보완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실명전환 금융자산에 대한 자금출처조사 면제. 정부는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실명전환 의무기간(93년8월12일∼10월12일)이 지난 뒤 실명전환할 경우 국세청에 명단을 통보하도록 했다. 또 실명전환금액이 2억원이상일 경우 국세청이 자금출처조사를 하도록 했다. 따라서 거액전주들은 종합과세에 대한 세금부담보다는 자신의 자산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로 자산형성과정이 노출돼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이같은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해주는 무기명 장기저리채권을 발행하라고 주장한다. 실명제완화론자들은 이밖에 △종합과세대상기준(4천만원) 대폭 인상 및 실시시기연기 △금융거래비밀보호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이같은 완화주장은 4천5백만 국민중 4만여명에 불과한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실련은 한발 더 나아가 실명제 강화를 주장한다. 현행 실명제는 차명거래에 대한 규정이 없어 차명거래를 사실상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은돈이 숨을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유명무실한 실명제를 일반법률로 대체입법하면서 차명거래를 불법으로 규정, 차명알선 금융기관직원은 물론 차명거래자까지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朴炳玉(박병옥)정책실장은 『지하자금이 양성화되지 않은 것은 자금출처조사에 대한 우려때문이 아니라 차명거래가 허용돼 지하자금이 숨을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기명채권발행은 검은돈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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