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보완 어떻게]숨은돈 과거不問 『햇빛속으로』

  • 입력 1997년 3월 6일 19시 55분


[김회평·허문명기자] 姜慶植(강경식)부총리는 지난 82년 재무부장관시절 금융실명제를 강력히 추진하다 뜻을 이루지 못했던 실명제 「원조」답게 취임 직후부터 실명제 보완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실명제는 지난 93년8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긴급명령 형식으로 도입된 후 문민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평가받으며 언급자체가 금기시돼 왔으나 강부총리의 실명제 보완의지는 이미 정치권의 힘을 얻어 구체화되고 있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강부총리는 인사통보를 받은뒤 高建(고건)총리를 통해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을 사전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실명제 보완은 강부총리의 개인의견 수준이 아니라 정부내에서 이미 사전조율을 거쳤다는 얘기다. 따라서 조만간 정부의 정리된 보완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를 고쳐야 한다』는 강부총리의 논거는 한마디로 『실명제는 경제정책이기 때문에 사람을 잡아넣는 사정의 수단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명제가 그 개혁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을 불안하게 하고 과소비를 조장하며 기업의욕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돼 당초 의도했던 지하경제를 없애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강부총리가 주장하는 실명제는 한마디로 「지하자금 양성화」이며 그 과정에서 과거는 묻지말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한데 우선 얼굴없는 돈이 「실명전환의 터널」을 쉽게 빠져나오도록 하고 일단 빠져나온 돈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햇볕을 쬘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3년부터 실시된 실명제는 비실명예금을 실명으로 전환할 때 최고 60%까지 과징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여기에 30세이상 5천만원이상은 국세청에서 자금출처조사를 하도록 돼 있어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강부총리 구상을 토대로 당장 손 댈 수 있는 부분은 과징금의 하향조정이다. 강부총리는 그동안 공사석에서 과징금액수를 최고 30%, 최저 10%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또 과거를 묻지 않고 어두운 돈의 갈 곳을 마련해주는 장치로 거액 무기명 장기채권 도입도 적극 검토될 전망이다. 실명이 필요없는 무기명 장기채권을 도입해 이것을 매입하는 돈에 대해서는 자금출처 조사를 하지 않는 식으로 지하자금을 양성화한다는 복안이다. 대신 이 채권의 금리는 3% 정도로 낮춰 「과거」는 면제받되 이자손해는 감수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채권재원을 사회기반시설(SOC)의 투자재원으로 돌리면 민자유치사업 등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실리론도 뒤따른다. 그러나 재경원 내에서도 『무기명 장기채권도입은 거액전주들이 집에 사금고 하나씩을 갖게 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실명제의 포기나 마찬가지』라며 강한 반대의사를 보이는 관계자도 있다. 이밖에 이미 작년부터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연간 부부합산 4천만원)을 높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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