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시위 執猶대학생들, 사회봉사명령 『구슬땀』

  • 입력 1997년 3월 6일 19시 55분


[신석호 기자]『처음엔 남의 등을 밀라는 말에 당황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이번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6일 오전 11시경 20여평 남짓한 목욕탕에서 양팔이 없는 한 노병을 목욕시켜주고 있던 전모씨(25·C대 졸업생)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전씨는 한총련의 연세대 점거농성에 참여했다가 구속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 1백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상계동의 「상이군인 부상자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전씨와 같은 대학생 4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6.25전쟁과 월남전 등에서 팔다리 등을 잃은 상이군인들의 등을 밀어주고 목욕수건을 빠는가 하면 목욕탕 청소도 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출근,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이들은 하루에도 30여명의 목욕을 도와야 한다. 『처음에는 나라를 위해 몸을 다친 아저씨들이 우리를 데모나 하는 학생들이라고 싫어할 것 같아 몹시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들의 등을 미는 동안 그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친해지게 됐고 우리가 나쁜 젊은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일하게 됐습니다』 이들에 대한 수탁기관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부상자회관의 高錫鎬(고석호)총무부장은 『학생들을 위해서 일부러라도 호되게 일을 시키고 있는데 모두 웃으며 열심히 일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아 20명을 수용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라파엘의 집」에서 아이들의 변을 받아내고 식사를 도와주는 문모씨(23·M대 총학생회장)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원장의 신임하에 봉사활동을 나온 일반 중고생들을 지휘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보호관찰소의 姜鎬成(강호성)사무관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해 지도에 별 어려움이 없다』며 『이들을 통해 한총련 학생들을 다시보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지금까지 사회봉사를 선고받은 성인은 한총련 대학생 47명을 포함, 모두 1백95명. 지난해 같으면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썩고 있을」 이들은 고속도로변과 장애인 시설 등에서 땀흘리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법무부는 올 한해 3만5천여명이 봉사명령을 받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으며 이들의 교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예를 들어 광주보호관찰소는 봉사명령자들을 매달 한번씩 충북 음성의 「꽃동네」로 데려가 숨진 사람들을 「염(殮)」하는 작업을 돕도록 하고 있다. 시위사범도 환각사범도 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 시신을 대하고 나면 인생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히로뽕을 상습 복용한 혐의로 사회봉사 1백시간을 선고받은 고 朴正熙(박정희)전대통령의 아들 志晩(지만)씨를 이번기회에 갱생의 길로 이끈다는 방침이다. 李承玖(이승구)법무부 관찰과장은 『박씨는 매일 소변검사를 받게 되지만 봉사장소는 본인이 선택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박씨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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