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동체를 위하여/국민통합 의식혁명 나서자]

  • 입력 1997년 3월 6일 08시 43분


《 「성장 팽창 중독에서 비롯된 만성적 거품증후군」. 건국이래 최대 부도사건인 한보사태의 진단서다. 단순한 정경유착이나 금융사고가 아닌 우리사회 거품현상의 총체적 집약적 표출이라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 1만달러,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교역규모 12위,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멤버. 2020년 G7국가 진입에의 꿈. 이같은 화려한 외장(外裝) 뒤편은 그러나 부끄러운 「슬럼가」에 비길만하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김회평기자] 우리경제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불패(不敗)신화가 주도해왔다. 「규모」에 집착한 정부의 우산 아래 공룡화한 재벌이 태어났다. 한보철강이라는 한 민간기업의 부채비율이 1,900%가 되어도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말로 옹호돼 왔다. 국내 각종 연구소는 1천개가 넘는다. 연구원 10만명 이상에 연구개발투자 규모도 민간중심으로 1백억달러를 넘어 세계 8위권이다. 그러나 컴퓨터 반도체 생명공학 등 첨단분야에서 내놓을 만한 기술 하나 없다. 왜인가. 정부에서 세금감면 등 지원을 한다니까 기업들이 너나 없이 연구소를 세운 탓이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2백37억달러 적자, 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었다. 빚을 내 성장공백을 메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직함은 총리직을 빼고 34개. 문어발 기업을 연상케 한다. 수많은 「…위원회」장이라는 직함은 곧 옥상옥(屋上屋)의 거품이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발상도 한몫한다. 어느 사회학자가 헤아려본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인사치레는 결혼 장례 등 기본치레를 빼더라도 81종. 축 조의금을 낼 때마다 스스로도 납득키 어려운 지폐를 봉투에 담는 것은 또다른 거품이다. 거품이 거품을 낳기도 한다. 최근 정부가 경상적자의 한 범인으로 지목한 연간 2천2백명꼴의 미성년자 편법유학. 철이 채 들지도 않은 어린 자식들을 눈속임해가며 외국땅으로 보내는 것은 외국물을 먹어야 제대로 행세하는 사회풍조가 낳은 희비극이다. 거품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금은 성장기를 거쳐 「감속시대」다. 「욕구줄이기」를 해야하는데 바라는 것은 옛 그대로다. 아직 4,5년마다 이사를 해야 불안하지 않고 정부는 13∼14%의 예산증액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여전한 「과욕구」의 거품들이다』(朴昇·박승 중앙대경제학과교수) 『선진국들과 달리 1만달러시대를 문화적 경제적 토대 없이 맞아 과실만 따먹는, 다시 말해 「흉내」만 내고 있는 형국이다. 법이나 제도상으로는 고치려고 시도하지만 노동법이나 선거관계법 개정과정에서 보듯 의식은 따로 움직인다』 (林玄鎭·임현진 서울대사회학과교수) 맹목적으로 부풀려온 「거품」이 꺼지는 순간은 비참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우리사회의 거품이 가져다준 처절한 교훈이었다. 한보사태에 이어 또다시 어떤 거품후유증이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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