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에 정치논리 안된다

  • 입력 1997년 3월 5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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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경제가 끝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갈수록 깊어가는 불황속에 노동법파동과 한보사태까지 겹치면서 성장둔화, 수출감소, 경상적자 누증, 외채 급증, 투자위축, 중소기업 연쇄부도, 외환위기, 고용불안 등 갖가지 어려움이 한꺼번에 겹쳤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내다보는 앞으로의 경제전망도 한결같이 비관적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을 비롯, 경제각료가 대폭 바뀌었다. 물론 경제장관들이 바뀌었다해서 당장 경제회생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위기극복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며 모든 경제주체를 유기적으로 연결, 그 저력을 한데 모아야 한다. 새 경제팀에 맡겨진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살리기다. 이는 향후 국정운영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새 경제팀에 경제난국의 실상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누구보다 우리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경제각료들의 자세다. 경제난국의 실상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실히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것은 위기를 애써 외면해온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그에 따른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새 경제팀은 우선 정책의 신뢰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경제회생에 앞장설 수 있도록 과감한 정부규제 철폐 등을 통해 경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어야 한다. 국제수지와 외채대책, 노사안정과 고용대책 등도 우선 순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중요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단기정책과제나 인기위주의 대증요법으로는 풀 수 없다.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안정기조로 짜여진 기존의 경제정책방향을 크게 바꾸기보다는 군살 및 거품빼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부문별 장단기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논리의 배제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경제정책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이끌려 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압력과 간섭이 더욱 심해지리라고 예상된다. 이를 뿌리치지 못하고 계속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면 끝없이 추락하는 우리 경제는 다시 솟아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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