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16)

  • 입력 1997년 3월 5일 08시 32분


제7화 사랑의 신비〈2〉 그때 두 언니 중 하나가 막내 처녀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넌 왜 아무말도 하지 않니? 넌 소원도 없니?』 그러자 또 다른 언니 하나가 막내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걱정할 거 없다, 얘. 우리 두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우리가 각기 바라던 남편을 얻게 되면, 대궐의 마부라든지, 아니면 같은 정도의 신분에 있는 훌륭한 사람에게 널 시집보내서 너도 항상 우리 곁에 있도록 힘써 줄게. 그래, 넌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자 그때까지 아무말하지 않고 눈길을 내리깔고만 있던 막내 처녀가 다소 난처한 듯 얼굴이 빨개지면서 입을 열었다. 『오, 언니들, 난……』 이렇게 말한 그녀의 목소리는 맑은 샘물처럼 아름답고 감미로웠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두 언니들은 그녀의 수줍음을 놀려대며 빨리 소원을 말해보라고 재촉했다. 그렇게 되자 막내 처녀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면서 말했다. 『언니들, 그게 가능하다면 난 우리의 군주이신 임금님과 결혼을 하고 싶어. 그렇게 되면 난 그분께 순결을 바치고 축복받은 자손을 낳아드리겠어. 알라께서 허락해주실 우리의 아들들은 틀림없이 아버지의 명예에 걸맞은 훌륭한 아이일 거야. 숲 속에 뛰노는 사슴같이 아름다운 사내아이들 말야. 그리고 나는 딸도 갖게 될 텐데 딸은 틀림없이 아름다울 거야. 머리카락의 한쪽은 금빛이 나고 다른 한쪽은 은빛이 나는 예쁜 딸 말이야. 그 애가 울면 그 눈물은 진주, 그 웃음은 디나르 금화, 그 미소는 장미꽃 봉오리일거야. 나는 임금님께 그런 아이들을 낳아드릴거야』 이것이 모두였다. 그녀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던 왕과 대신은 자리를 뜨기로 했다. 더 이상 엿듣고 있다가는 들킬지도 모른다고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왕은 매우 즐거워져 있었고, 알 수 없는 기쁨으로 가슴이 충만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대신에게 그 집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내일 아침에 세 처녀를 대궐로 데리고 오라고 분부했다. 이튿날 아침 대신은 세 자매를 데리고 왔다. 옥좌에 앉은 왕은 그들 세 처녀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처녀들은 와들와들 떨면서 다가갔다. 그러자 왕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처녀들아, 오늘은 그대들의 운명의 날이다. 오늘이야말로 그대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들의 소원을 알고 있다. 우선 첫번째 처녀, 그대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나는 그대를 궁중의 과자 만드는 사람의 우두머리와 결혼시켜 주겠다. 그리고 두번째 처녀, 그대는 궁중의 요리장과 결혼하도록 하라』 이렇게 말하고 난 왕은 일단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막내 처녀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감동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옆에 앉히면서 말했다. 『그대는 왕비다. 이제 이 궁전은 그대의 것이며, 나는 그대의 남편이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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