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당진 합덕중학교 김헌용 교사

  • 입력 1997년 3월 5일 08시 02분


[이인철기자] 『처음엔 노래가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야 사회의 그늘진 곳에 눈을 뜬 것 같습니다. 노래 한곡 부를 때마다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 뿌듯합니다』 「노래하는 거리의 교사」. 충남 당진 합덕중학교 김헌영교사(33)는 주변에서 이렇게 통한다. 김씨는 주말이면 제자들과 함께 천안 시내와 마산 목포 대구 평택 등 전국 10여개 도시를 오가며 한 주도 빠짐없이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필드하키 국가대표」 「군(軍)문화선전대원」 「가수」 등 화려한 경력의 그가 심장병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94년. 택시를 탔다가 운전사들의 봉사단체인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설치한 껌통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체육교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콘서트를 열어 불우이웃을 돕고 있던 김씨는 그때부터 교통봉사대와 함께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데 발벗고 나섰다. 93년 「사랑하기까지」로 데뷔한 가수이기도 한 김씨는 음악을 좋아하는 제자 등 13명과 함께 「김헌영 음악가족」을 만들었다. 음악공연은 순수한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직장이 있어야 하고 술 담배를 안해야 한다는 게 유일한 자격기준. 공연은 토 일요일 두 팀으로 나눠 학생들은 천안, 다른 팀은 지방 원정공연을 한다. 승합차에 악기를 싣고 전국을 뛰다보니 3년만에주행거리가25만㎞를넘었고 공연도 4백회 가까이 됐다. 그래서 천안은 물론이고 자주 가는 도시에선 꽤 알려져 있다. 공연때마다 50여만원의 성금이 걷히지만 김씨는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 교통봉사대 등 믿을 만한 단체에서 대신 처리해주는데 지금까지 어린이 4백여명의 수술에 일조했다. 처음엔 『교사가 품위없이…』하며 냉소적이던 교직원들도 교직과 봉사활동을 성실히 병행하는 것을 보고 이젠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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