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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건총리 이렇게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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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건총리 이렇게 일하라

동아일보입력 1997-03-04 19:39수정 2009-09-27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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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高建(고건)국무총리는 당장 헌법에 정한 국무위원 제청권(提請權)부터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총리로서의 권한과 임무에 철저해야만 흐트러진 민심을 되돌리고 말 그대로 내각을 통할(統轄)할 수 있다. 현실정치로부터 중립을 지켜 金泳三(김영삼)정부의 남은 임기 1년을 잘 마무리하려면 무엇보다 인사부터가 공정 투명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것도 땅에 떨어진 국민신뢰를 회복해야 가능하며 그러자면 총리가 바른 인사를 제청해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취임축하에 앞서 먼저 고총리가 해야 할 당면과제를 강조하는 것은 상황이 너무 급하기 때문이다. 총리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내각의 경질 폭이 어떨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몇몇 신한국당 의원들이 장관이 될 것이란 소문이 돈다. 장관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대통령이 혼자 폭과 대상을 결정한 뒤 형식적으로 총리의 제청절차를 밟아서는 안된다. 이번 개각이 국정쇄신과 민심수습을 위한 것이라면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고 내각에서 정치색을 배제해야 한다. 특히 12월 대통령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하려면 국회의원 겸직장관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6월부터는 장관들의 선거운동이 제한되므로 지금부터 시비(是非)의 싹을 잘라주는 것이 옳다. 국민들은 앞으로 내각이 일을 새로 벌이기보다 그간의 정책을 온전히 마무리하며 무엇보다 경제를 되살리는 실무행정에 충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대통령과 고총리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정치중립적이며 실무적인 새 내각을 구성해 주기 바란다. 당연한 말이지만 총리는 총리다워야 한다. 대통령의 심중(心中)살피기에 급급하거나 자리에 연연해 「간판 총리」 「대독(代讀)총리」 「방탄(防彈)총리」가 되어서는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한다. 이른바 실세(實勢)총리가 되어야 한다. 어느쪽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능력껏 소신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흐트러진 민심을 모아 국민통합을 이루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국정분위기도 되살아난다. 총리가 국민의 소리를 귀 열어 듣고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로 알려 국정에 반영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떨어진 정부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 지금의 난국을 몰고온 한보사태 같은 난제도 덮으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실체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 열린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총리가 총리다우려면 대통령도 그만큼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앞으로도 대통령이 독선 독주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소신총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멀어진 민심도 돌아오지 않는다. 김대통령이 고총리를 발탁한 배경이 그의 행정실무능력과 원만한 인간관계, 적절한 정치력을 평가한 것이라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도 함께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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