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지리산 반달곰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26분


<밝혀드립니다> 2월 28일자 동아일보 「독자의 편지」란에 실린 「TV에 반달곰 방영, 밀렵꾼에 정보제공」 제하의 기사를 읽고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프로듀서로서 글을 보냅니다. 박장규씨가 제기한 문제점들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도 우려한 점들로서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반달곰의 서식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반달곰의 서식지와 습성 등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고급정보지만 지리산 밀렵꾼들에게는 이미 다 알려져 있는 내용들입니다. 일반인이 모르고 지내는 동안 밀렵꾼들만이 정보를 독점, 암약했습니다. 둘째, 많은 사람들이 반달곰의 보호와 안전에 대해 소리높여 얘기하지만 그들은 다분히 감정적이거나 막연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특히 관계기관의 무지는 극에 달합니다. 2개월간 취재를 하는 동안 순찰직원을 단 한명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반달곰의 서식사실에 대해서 지금도 반신반의합니다. 우리는 지리산 반달곰에 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여론을 조성, 보호대책을 마련키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멸종위기의 반달곰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리산 자락 주민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합니다. 김광필(KBS TV1국 PD) <투고를 읽고> 88올림픽 때 마스코트가 호돌이였다. 그런데 남한 전역에는 호랑이가 멸종된 상태여서 안타까웠다. 아프리카같은 저개발국가에서도 자연공원을 설정, 동물보호에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자연을 사랑할줄 모르고 생태계를 무차별 파괴하며 돈벌이와 보신을 이유로 동물을 포획하는 사람들을 어찌 문화인이라 하겠는가. 호랑이와 곰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이미 호랑이는 멸종된 상태이고 몇마리 남지 않은 반달곰도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곰을 보호하자. 특별법을 만들어 밀렵꾼들을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 여수 순천 주둔 일부 군인들의 난동사건과 6.25의 격전으로 지리산은 초토화되다시피했다. 이 와중에서 지리산 곰들은 눈물겨운 투혼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실낱같은 종족을 보존해 왔다. 이런 곰을 보호하기는커녕 덫과 폭약 등으로 잡으려 하다니 개탄스럽다. 지금 지리산은 곰에게 있어 비무장지대의 지뢰밭마냥 위험하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졸부들에 놀아난 밀렵꾼들이 지리산에 득실거리고 있다고 한다. 혹 설악산에도 있을지 모를 반달곰을 찾아 보호하고 지리산 반달곰을 지키기 위한 국민운동을 벌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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