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경찰 구하려다 숨진 「의인」2명 추모비 건립

  • 입력 1997년 3월 4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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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기자] 위험을 무릅쓰고 성폭행의 위기에 처한 여대생을 구한 사람, 소매치기의 칼에 쓰러진 경찰을 도우려다 목숨을 잃은 사람 등 「의인(義人)」들을 위한 추모비가 사건현장에 세워진다. 서울시가 불의에 맞선 시민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달말경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한 첫번째 「의인」은 崔成圭(최성규·당시 32세)씨와 李根石(이근석·당시 23세)씨 등 2명. 최씨는 지난해 8월10일 밤 10시경 성동구 성수동에서 성폭행에 반항하는 여대생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던 범인을 붙잡으려다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또 이씨는 지난 1월10일 오후 7시20분경 중구 충무로2가 명동상가 앞길에서 소매치기들과 격투를 벌이던 경찰관이 칼에 찔려 쓰러지는 것을 보고 범인들을 잡으려다 목숨을 잃었다. 이들에 대한 추모비 건립은 지난 1월 『의로운 뜻을 기리고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기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趙淳(조순)시장의 지시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추모비를 남산이나 어린이대공원에 세우는 것을 검토했으나 「의인」들의 뜻을 충실히 되살리기 위해 이들이 숨진 사건현장에 세우기로 했다. 추모비는 가로 세로 60㎝크기의 화강암 가운데 추모문안을 새긴 오석(烏石)을 박아 만들어진다. 추모문안의 글씨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조시장이 직접 쓸 계획이다. 최씨의 미망인 조미숙씨(31)는 『세살바기 딸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산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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