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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경제에 묘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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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경제에 묘약은 없다

입력 1997-03-03 19:59수정 2009-09-27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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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각 부문에 한꺼번에 몰려온 「성장 피로(疲勞)」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 검진표에는 어느 항목 하나 정상이 없다. 고비용 중기술 저효율의 중진국 뱁새가 고비용 고기술 고효율의 선진국 황새 흉내를 내려다 발이 삐었다. 저비용 중저기술 중저효율의 후발국들한테도 뒤통수를 맞는다. 그래서 오랜만에 국론이 통일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경제 비관론이다. 그러나 「죽을 노릇」 타령은 이제 그만두자. 고통을 과장하지도 말자. 60년대에도, 70년대에도, 80년대에도 「죽을 고비」는 있었다. 그걸 넘긴 저력이 우리에겐 있다. 「거품」 빼고 기본으로 이러다간 중남미 짝 나겠다는 소리도 심심찮다. 그러나 중남미는 실패의 거울일 뿐 아니라 재기(再起)의 선생이다.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아시아에 이은 성장지대로 떠올랐다. 물론 우리 경제에 묘약은 없다. 신물 날 얘기인지 모르지만 역시 각 경제주체들이 거품을 빼내고 기본에 충실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은 자포자기해서는 안된다. 조금 더 합리화할 부분은 없는지, 「마른 수건」이라도 한번 더 짜보자. 어려울수록 사람을 아끼자. 불안해하지 않고 기가 살면 하나를 하던 사람이 둘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경쟁력 약화의 책임소재를 우선 자기 안에서 찾자. 기업의 승부는 경쟁력의 승부다. 창의적 창조적 생산이 아니면 결국은 진다. 나라 안이나 밖이나 「눈먼 돈, 말뚝박은 시장」은 없다. 기술 품질 아이디어 서비스에 목을 걸어야 한다. 근로자는 「나」를 살려야 한다. 경영 위기에 빠진 일부 기업의 근로자들이 자진해서 임금을 동결,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곧 근로자 개개인의 「나 살리기」 자구(自救)다. 노동도 시장원리에 따라 유동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 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대처해야 한다. 생산성은 기는데 임금만 뛴다면 고용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의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 임금동결 정도가 아니라 인하도 감수해야 한다. 시장원리가 근로자에게만 예외일 수 없다. 가계부문은 경제사정에 걸맞은 합리적 소비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선택에 달렸듯이 경제도 마찬가지다. 작년 모피의류와 구두 수입액은 각각 재작년의 2.3배, 컬러TV와 향수는 2배, 골프용품은 1.9배였다. 나라빚은 국민의 빚이다. 어느쪽보다도 정부의 바른 역할 찾기가 급하다. 우선 정책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현장에서는 피가 통하지 않는 정책의 말잔치를 그만두자. 사익(私益)집단 냄새가 물씬 나는 규제의 이권(利權)에선 손을 씻자. 칼춤 추는 것이 정부는 아니다. 「쇼크요법」 이젠 안통해 마침 새 경제팀이 들어설 전망이다. 때는 金泳三(김영삼)정부 말기이고 대통령선거의 해다. 경제팀은 무엇보다 「정치 이권」의 전도사이기를 거부하자. 시장에서 경쟁과 수급법칙 및 가격메커니즘이 살아나도록 하는데 정책노력을 집중하자. 대통령은 일을 맡기는 이상 이들을 눈치꾼이 되도록 내몰아선 안된다. 앞뒤 안맞는 주문이 많으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우리 경제에 쇼크요법은 더 이상 안통한다. 정치권, 특히 「차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표를 위해 경제의 거품을 더 일으켜선 안된다. 국민에겐 「대권」의 향배보다 일상의 살림살이가 더 중하다. 배인준<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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