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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이 제동건 집단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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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이 제동건 집단이기주의

동아일보입력 1997-03-03 19:59수정 2009-09-27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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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안에 유치원을 짓지 못하게 집단으로 방해한 주민들에게 1억2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 지방법원이 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에게 내린 이 판결이 상급심에서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욱 잦아지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법이 일단 제동을 건 판결이어서 의미가 크며 그 파급영향이 주목된다. 서울지법은 판결문에서 무지개아파트 주민 대표들은 대한여자기독교연합후원회가 아파트 건설회사로부터 매입한 아파트단지내 땅을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주민과 경비원을 동원해 유치원 신축공사를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방해한 것은 개인의 재산권행사를 침해한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아파트 단지안에 공동소유로 등기되어 있는 땅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리고 그 재산권행사를 방해한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명령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집단행동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재산권행사 방해로 인한 재산상 피해를 회복시키는 단순한 민사판결이다. 그러나 판결의 결과를 놓고 볼 때 집단으로 행동하면 불법이라도 무엇이든 통한다고 믿는 요즘의 법의식에 경종을 울린 의미가 크다. 또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님비현상과 집단이기주의에 제동을 거는 판결로 기록될 만하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국민의 주권의식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집단이기를 앞세운 단체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과거 군사정권 때 억눌렸던 노동운동이 6.29이후 단기간에 분출하는 과정에서 한때 불법노동쟁의를 낱낱이 법대로 다스리지 못한 시기가 있어 그것이 불법 집단행동을 확산시킨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지역과 지역 사이, 개인과 주민 사이는 물론 주민과 정부 사이에서마저도 이해(利害)가 다르고 갈등이 있는 곳마다 으레 집단적으로 격렬한 반대운동부터 벌여 정당한 업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놓고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지역주민의 반대운동은 그 한 예에 불과하다. 그중엔 핵폐기물처분장 반대시위나 원자력발전소 반대운동 등 국가를 상대로 한 집단행동도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국가가 국민 전체를 위해 추진하는 공공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는 경우마저 비일비재로 늘고 있다. 무지개아파트 주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운 이번 판결은 국가가 정당한 법절차를 거쳐 내린 행정결정의 집행을 집단행동으로 저지하는 행위도 공권력행사의 침해요, 따라서 명백한 불법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서울지법 판결이 집단으로 행동하면 무엇이든 통한다는 그릇된 법의식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를 바로잡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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