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초등생 영어과외 금지」 논란

  • 입력 1997년 3월 3일 19시 59분


[송상근 기자] 교육부의 초등학생 영어학원 수강금지조치에 대해 일선 학교 교사와 학부모, 외국어 학원 관계자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조치가 초등학생의 경우 지식습득을 위한 학원과외를 금지하고 있는 학원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3학년을 시작으로 영어를 연차적으로 정규과목에 넣는 것을 계기로 영어학습의 과열현상이 생기고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 다른 교과목과 마찬가지로 학원수강 금지규정을 적용키로 했다. 1백단어 안팎의 간단한 생활영어를 가르치는 학교 영어교육이 이미 외국생활이나 사설학원을 통해 수준높은 내용을 배운 학생들을 따분하게 만들어 과외교습을 부추기면 학교수업이 겉돌기 쉽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영어는 지식이 아니라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필수기능이므로 국어 산수처럼 학원수강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미 적지 않은 초등학생이 사설학원이나 개인과외를 통해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특히 학원수강만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3백80만여명)중 사설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은 10%정도로 이 비율은 90년대 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초등학교 4년생 아들을 둔 주부 황모씨(37)는 『영어과외도 이제는 문법과 회화를 구분해 시킬 정도로 학습열이 높은데 이를 법으로 막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학원수강을 단속할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다. 현행 법률은 학원에 대해서만 경고 폐쇄 징역 벌금 등의 제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진영 기자] <반대>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엄청난 사교육비가 투자되고 있음을 방관할 수는 없으나 현재 여건상 영어과외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다. 영어과외를 막으려면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학부모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영어과외를 시키는 이유는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어교육의 관건은 무엇보다도 우수한 교사 확보다. 현재의 교사연수나 임용방식으로는 우수한 교사가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시기가 너무 빠른 느낌이 있다. (고려대 김충배 교수) <찬성> 초등 영어 교육과정의 내용이나 난이도를 보면 굳이 과외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다. 학교공부 위주로 따라가도 충분하다. 무료로 지급하는 오디오테이프나 싼값에 공급하는 비디오 자료로 집에서 시간을 내 공부하면 된다. 교육방송의 어린이 영어교육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돈 안들이고도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무엇보다도 영어에 대한 친숙감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흥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신설된 영어과목이 지나친 학습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한양대 김임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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