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수사, 실마리 못찾고 장기화

  • 입력 1997년 3월 2일 19시 38분


[이병기·이명재기자] 이한영씨 피격사건이 2일로 발생 보름째를 맞았다. 초동수사에 허점을 보인 경찰 등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찍힌 2건의 폐쇄회로 TV화면을 입수해 다소 활기를 찾고 있으나 아직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 수사상황 ▼ 지난달 15일 이씨가 저격된 후 수사당국은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실체없는 범인」을 쫓으면서 범행에 사용된 총기의 종류와 실탄수 등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당국은 일단 간첩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판단아래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채무에 의한 원한 등에서 비롯된 형사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 초기 기대를 모았던 지문 감식작업과 전화발신지 추적작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범인 일행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찍힌 은행 폐쇄회로 TV화면 2건을 지난달 21일과 27일 잇따라 입수하면서부터. 경찰은 특히 27일 2차로 확보한 화면은 용의자의 모습이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나 목격자 등의 제보에 의한 수사진전에 큰 기대를 걸면서 「용의자 추적」단계로 수사를 진전시키고 있다. ▼ 범행의 성격 ▼ 당국이 이번 사건을 간첩의 소행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범인들이 총기를 사용해 인명을 살상한 점이다. 탄피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긴 했지만 총기가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일 가능성이 높아 북한 공작원의 범행이 분명하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판단이다. 이밖에 범인들이 은행에서 송금할 때 은행원이 기입할 사항까지 모든 공란을 메우는 등 「남한 생활」의 기본적인 상황에 익숙해 있지 못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일반형사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범인들이 심부름 센터에 이씨 정보 탐문을 두차례 의뢰할 때마다 수수료를 놓고 흥정하면서 이곳저곳에 자신들의 「흔적」을 고의로 흘려놓은 점은 「프로급 킬러」인 간첩의 행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수사전망 ▼ 당국은 북에서 파견된 공작원이 제삼국을 거쳐 입국해 범행했을 경우를 상정, 해외교포를 상대로 추적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간첩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 「자문」해가며 간첩의 예상 은신 도주로 등에 대한 탐문 추적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가 장기화국면으로 빠져 들면서 관계자들이 내심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하는데서 엿보이듯 사건자체가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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