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訴法 한글로 쉽게 고친다…건국후 처음

  • 입력 1997년 1월 6일 08시 38분


「辯論(변론)에 參與(참여)하는 者(자)가 國語(국어)에 通(통)하지 못하거나 또는 聾者(농자)나 啞者(아자)일 때에는 通譯人(통역인)으로 하여금 通譯(통역)하게 하여야 한다」. 「裁判長(재판장) 受命法官(수명법관) 또는 受託判事(수탁판사)는 期間(기간)을 伸張(신장)하거나 短縮(단축)할 수 있다」. 한자어투성이여서 자세히 뜯어보지 않고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현행 민사소송법의 일부 조항이다. 문장 자체가 어려운데다 「替當金(체당금)」 「推尋(추심)」 「對償(대상)」 「債還(채환)」 등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단어도 많이 나온다. 이처럼 어려운 민사소송법의 법조항이 올해안에 모두 쉬운 한글문장으로 바뀌게 된다. 대법원은 5일 민사소송법의 내용뿐만 아니라 7백35개 법조항을 모두 한글문장으로 바꾸기로 하고 이미 실무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채권채무관계에 따른 강제집행절차 강화 등 법개정 방향을 정한데 이어 지난달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朴甲洙(박갑수·62)교수에게 민사소송법의 한글화작업을 위촉했다. 대법원은 2월말 박교수로부터 「한글화 시안」을 넘겨받아 공청회 등을 연뒤 오는 9월 개정안을 확정,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법제처 등에서 일부 어려운 법률용어를 쉬운 말로 고친 일은 있지만 한자용어는 물론 문장까지 다듬어 법조항 전체를 한글화하기로 한 것은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건국초기 법을 제정하면서 일본의 관련법을 그대로 베끼는 바람에 거의 모든 법조문이 한자어로 구성됐고 어법에 맞지 않은 문장도 많아 이번에 이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민사소송법의 한글화작업은 지난 61년 趙鎭滿(조진만)대법원장 시절 한자 병용 세로쓰기 판결문을 한글전용 가로쓰기로 전환한 것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金正勳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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