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안보이는 불황터널]중소기업 『뭉쳐야 산다』

  • 입력 1997년 1월 5일 20시 05분


「李鎔宰 기자」 중소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의 터널을 달려야할 것 같다. 특히 올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른 시장개방폭확대, 중소기업고유업종의 추가해제, 외국인고용허가제등이 실시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 보인다.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처방이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지만 「고부가가치사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충고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사업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게 그들의 호소다. ▼ 전 망 ▼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기업사장 1천2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사장들의 절반(47.7%)가량이 올해 중소기업의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장 큰 악화원인으로 판매난(35.9%)을 지적했다.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다. 중소기업청과 기업은행 등이 올해 부도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에 2천5백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4일 발표했지만 당장 운전 및 설비투자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잇따른 부도에 충격을 받은 종금사를 위시한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여신을 대기업위주로 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의 부도가 늘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가 절반(50.0%)에 달한 반면 부도가 줄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12.7%에 불과했다. 그밖에 올해부터 47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해제되고 정부가 중소기업제품을 우선구매하는 단체수의계약품목도 지난해보다 10% 줄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조건에서 싸워야하는 영역이 늘고 있다. 또 외국인근로자에게도 국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이 통과될 경우 중소기업들은 3D업종에서 일할 저임금근로자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 전 략 ▼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공동전시판매장 해외공동전시회 등은 지난해부터 모색되고 있는 판매난 해결방법들. 결국 「뭉쳐야 산다」는 논리다. 중소기협중앙회의 지역별 중소기업 전시판매장, 통상산업부의 공동브랜드 지원책등을 적극 활용, 공동전선을 구축함으로써 판매 유통부문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는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인 벤처기업 창업이나 고부가가치 사업전환등이 어느때보다 활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해로 평가된다. 지난해 출범한 장외시장인 코스닥과 올해부터 실시되는 스톡옵션제,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지방경기활성화대책등은 경기하강국면을 통한 구조조정이나 창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보온용기 제작업체인 ㈜서흥의 金暻鎬(김경호)회장은 『천정부지로 오른 임금 금리 등 고비용상황에서는 그동안의 경영전략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며 『올해부터는 중저가 제품은 해외현지생산이나 플랜트수출로 대체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제품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 펜텍 박병엽 사장의 경우 ▼ 「朴賢眞 기자」 『올해 중소기업들은 판매부진과 함께 대기업이 떠넘긴 생산성향상 부담을 안아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어야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통신업체로 지난해 5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팬택의 朴炳燁(박병엽·34)사장은 중소기업들에는 올해가 어느 해보다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새해 진단이다. 『경기불황이 풀릴 기미가 안보이네요. 올해도 판매부진이 뻔하죠. 당연히 자금사정도 악화될테고….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안고 있는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수직계열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떠넘길겁니다. 중소기업들이 더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증시침체로 외부자금 조달사정도 다소 악화될 것 같다고 그는 전망했다. 수백억원대 매출액 규모의 중소기업들은 주식장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게 큰 힘이 되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사장은 『지난 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도 큰 부담이 되었던 금융비용이 올해도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며 『정부가 나서서 금리를 더 낮추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스스로는 조직을 좀더 슬림화하고 부진한 분야는 과감히 포기하고 전문화된 아이템에 치중하는 길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박사장은 『모든 분야에 손을 대는 것보다 작은 것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팬택은 무선통신기기 개인휴대전화(PHS)단말기 멀티미디어카드 등을 생산하는 정보통신업체로 창업 5년만인 지난해 눈부신 성장을 이룬 중소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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