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국내에선]서울 개포동 다솔유치원

  • 입력 1997년 1월 5일 20시 05분


「李珍暎 기자」 『앗, 차가워』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다솔」유치원 비둘기반에 다니는 지혜(4)가 4일 오후 유치원 복도를 지나다 누군가 엎질러 놓은 물을 밟았다. 『선생님 여기 물 있어요』 달려온 교사가 건네주는 걸레로 엎질러진 물을 훔치는 지혜. 다음에는 물에 젖어 잘 벗겨지지 않는 양말과 한참 씨름하다 뒤집혀진 채 벗겨진 양말을 다시 뒤집어 가지런히 난로 옆에 걸어놓는다. 『아이가 귀하다고 옷을 입혀주고 청소를 대신 해주는 부모를 보면 참 안타까워요. 아이는 스스로 옷을 입고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것을 배우거든요』 지혜가 양말을 걸어놓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朴玉順(박옥순·52·여)원장은 『아이를 위한다는 것이 자칫 아이의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다솔 유치원에서 지혜같은 어린이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오전 9시 등원시간이 되면 2백여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신발과 겉옷을 벗기 시작한다. 여물지 않은 고사리 손놀림으로 한참동안 신발끈을 풀고 마루에 올라서면 다음은 목도리 벗고 외투의 단추 끄르기. 『만3세가 되면 스스로 단추를 풀고 채울 수 있습니다. 혼자서 옷을 입다보면 자립심도 길러지고 근육도 발달하게 되지요』 홀가분한 옷차림이 되면 그 다음은 신나는 놀이시간. 레고쌓기 소꿉놀이 그림책보기 등 각자 좋아하는 놀이에 열중하다 귀에 익은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다시 분주해진다. 『장난감을 치우자 빨리빨리 치우자…』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갖고 놀던 장난감을 치우는 시간이다. 블록은 블록끼리, 미술도구는 미술도구끼리 모으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분류와 정돈을 익힌다. 레고블록이 담긴 바구니를 함께 들고 옮기는 게 습관이 된 아이들에게 굳이 협동의 필요성을 따로 가르칠 필요도 없다. 『안치우면 나쁜 사람이에요』 『내가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다른 친구가 못 놀잖아요』 지혜는 다 마른 양말을 걷어 신으며 스스로 물건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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