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헌장]단추달린 인형으로 옷입기 익혀

입력 1997-01-05 20:05수정 2009-09-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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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샌프란시스코·런던〓李寅澈 기자」 독일의 바트홈부르크시(市)의 고텐유치원. 한 어머니가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 유치원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러나 예전 같으면 벌써 나왔을 아들이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는 생각한다. 「이 녀석이 오늘은 뭘 잘못했나 보구나」. 이 유치원은 원생들이 자신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제대로 치우지 않으면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와도 집으로 그냥 돌려보내는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유치원이 원생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지퍼를 올리고 단추를 채우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평소에 지퍼와 단추가 달린 곰인형과 끈이 달린 신발모형을 가지고 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의 학부모들은 애들 옷을 살 때도 지퍼나 단추가 있는 「불편한 옷」을 고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편리함보다는 교육적 배려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중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의 옷을 입혀 주고 아예 밥까지 떠먹여 주는 등 과보호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선진국 부모들이 제 일을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식을 기르려는 열정은 남다르다. 프랑스 부모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연례행사인 휴양지 캠핑을 갈 때는 「큰 작업」을 해야 한다. 보통 2,3주가 걸리는 캠핑에 필요한 속옷 양말 수건 칫솔 비옷 잠옷 실내화 배낭 모자 등 1백여가지에 이르는 준비품목에 일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붙이고 꼼꼼하게 명세서를 만든다. 아이가 캠핑에서 돌아오면 자기 물건을 제대로 챙겨왔는지 하나하나 체크한다. 그리고 이 확인서를 유치원으로 보낸다. 유치원은 이 자료를 교육에 참고한다. 그렇지만 자기 물건을 빠뜨리고 오는 어린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도쿄(東京)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인 사이타마현(縣) 우라와시(市)의 모토부토보육원. 지난달 20일 기자가 보육원을 방문했을 때 엄마품에서 한창 재롱을 부릴 나이인 기타가와 고요(2)는 화장실 앞에서 10여분째 혼자서 바지를 입으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오전간식을 먹고 나서 막 대변을 본 뒤였다. 이 보육원에서는 두 살 때부터 혼자서 용변을 가리고 옷을 입을 수 있도록 가르친다. 기타가와처럼 혼자서 진땀을 빼더라도 도와주는 보모가 없어 매정할 정도다. 보모인 니시오 미키(西尾未來·26·여)는 『화장실에서 용변보는 요령을 꼼꼼히 설명해주고 실제로 해보도록 하면 조금씩 효과가 나타난다』며 『익숙해진 아이들이 「나혼자 쉬하고 옷입었다」고 자랑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낮잠시간에도 대충 쓰러져 자는 법이 없다.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보모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영국 런던시의 던도날드유치원은 아이들 나이에 맞게 정리해야 할 장난감의 숫자와 구역을 지정해준다. 세 살짜리는 갖고 놀던 장난감 중 5가지, 네 살은 10가지, 다섯 살 이상은 전체를 치우도록 하거나 세 살은 방바닥만, 네 살은 방바닥과 테이블, 그리고 다섯 살은 방 전체를 정리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은 매우 실용주의적이다. 가장과 교육기관은 일찌감치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제 몫을 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월도프유치원에서는 구내청소는 물론 위험할 수도 있는 못질까지 시키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커서도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고 집안의 크고 작은 물품은 고쳐 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예루살렘 인근의 집단공동체인 조라키부츠의 간사비온유치원에서는 낮잠준비도 원생들이 스스로 한다. 선생님이 『낮잠 준비하세요』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원생들은 자기 사물함 앞으로 달려가 자기 키만한 가로 60, 세로 1백㎝ 크기의 매트리스를 끙끙대며 자기 자리에 놓은 뒤 잠을 잔다. 비록 몸집은 작지만 자기가 할 일은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자세만큼은 어른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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