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새해 첫날 서울 중부서에 수감자 『텅텅』

  • 입력 1997년 1월 3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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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부경찰서 관내 명동 충무로에는 금융 도소매업과 각종 서비스업체가 밀집해 있고 유동인구만 하루 2백만명에 이른다. 「한국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몰리는 거리」답게 범죄도 잦고 사건은 하나같이 세인의 이목을 끄는 것들이다. 밤거리 폭력에서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지능범죄에 이르기까지 사건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 지난해 중부서 유치장을 거쳐간 수감자만 3천여명이 넘었다 ▼그런 중부서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9시부터 3일 밤 늦게까지 국기게양대에 백기(白旗)를 걸었다. 유치장 수감자가 단 한명도 없어 범죄없는 깨끗한 경찰서를 이뤄낸 기록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70년대 지방의 한 경찰서가 사건없는 날을 기념해 백기를 내건 이후 서울 시내, 그것도 중심부 경찰서에서 사흘씩이나 유치장이 텅 비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매년 새해 아침이면 마주쳤던 우울한 사건사고 소식에 비해 신선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서울지법 서부지원에는 신년연휴 이틀간 구속영장이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해부터 영장 실질심사제가 시행돼 검찰과 경찰이 그만큼 영장신청에 신중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새해 아침부터 가두고 자유를 빼앗은 얘기보다 풀리고 인권을 생각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 참으로 좋다. 다른 어떤 덕담보다 흐뭇하다 ▼죄를 짓고 갇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서글프게 하는 것도 없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날에 그런 일을 당한다면 그처럼 황당하고 못견딜 일도 없다. 중부서나 서부지원의 경우처럼 한해 내내 경찰서 앞마당에는 백기가 걸리고 법원엔 영장이 접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소의 해답게 모두가 참을성 많고 우직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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