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무속-역술 열풍]전국 40만명 성업

입력 1997-01-03 20:38수정 2009-09-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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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亨權기자」 21세기를 불과 4년 앞두고 컴퓨터가 지배하는 정보화사회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지금 한국 땅에서는 점복(占卜)이 과거 어느 때보다 성행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중대사를 점복에 의해 결정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속인이나 역술인이 되겠다는 사람 역시 크게 늘어나 「단군이래 최대 무속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해안 배연신굿 인간문화재인 무속인 金錦花(김금화·65·여)씨는 요즘 『무당이 되겠다』며 『제발 제자로 삼아달라』고 찾아오는 20∼30대 젊은이들을 돌려보내기 바쁘다. 김씨는 지난 90년부터 제자를 단 한명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무당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신(神)이 선택한 사람」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왜 무당이 되려하느냐』고 물으면 『무당이 되면 떼돈을 번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천연덕스럽게 반문한다는 것. ▼『허깨비 무속인 늘어』▼ 김씨는 『그런 사람들은 내게 내림굿을 받고 점 치는 법 등을 얼마간 배우고는 독립, 장사할 것이 뻔하다』며 『돈벌이에 눈이 먼 허깨비 무속인만 늘어간다』고 탄식했다. 무속인 조직인 「대한승공경신연합회」의 崔湳檍(최남억)회장은 『연합회를 창설한 71년에 집계한 전국의 무속인 수가 약 15만명이었는데 현재는 20만∼25만여명』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연합회에 등록하지 않은 무속인 수는 5만명이 넘는다. 90년대로 들어서면서 그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고 특히 대졸이상의 고학력자가 많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역술인도 마찬가지. 역술인의 모임인 「한국역술인협회」(회장 池昌龍·지창룡)에 따르면 정규회원은 3만명정도지만 지난 90년이후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 협회회원이 아닌 역술인이 전국적으로 10만∼15만명에 이른다. 두 단체의 추산이 맞는다면 결국 무속인과 역술인을 합한 숫자가 40만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전국의 초중고 교사 수가 33만7천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무속인과 역술인 숫자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점복에 매달리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기가 어려우나 40만명에 달하는 무속인과 역술인이 하루에 한명씩의 손님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년에 1억4천만명이 점을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이들이 복채로 받는 돈을 1회에 1만원으로 보면 점술시장 규모가 무려 1조4천억원이 넘는다. 무속인이나 역술인을 찾는 사람은 모든 계층을 망라한다. 나이나 직업, 교육수준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 특징.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에서 직장인 주부 남녀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가릴 것 없다. 종교와도 무관하다. ▼대학가도 점집 등장▼ 컴퓨터 키드인 신세대들에게도 「무속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가에 점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전화로 사주나 궁합, 오늘의 운세를 보는 「700」서비스도 성황이다. 무속열풍에 따른 폐해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신병(神病)을 앓지도 않고 내림굿도 받지않은 전과자 출신의 사이비 무속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최소 2백만∼3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짜리 굿이 성행하고 있다. 서점에 가면 1천5백여종의 역술관련 책이 나와 있고 스포츠신문의 「1일운세」에서부터 「사이버 점」에 이르기까지 역술이 국민들사이에 「붐」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역술의근본을제대로 이해하진못하고 있다는것이전문가들의지적. 무속과 역술이 이렇게 성행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속인들은 지난 94년 몇몇 유명무속인들이 김일성 사망예언을 적중시켜 언론의 각광을 받고 그 여세를 몰아 펴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무속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폭발했다고 말한다. 40여년간 무속을 연구해온 경희대 국문과 徐廷範(서정범)교수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 1만달러 시대라는 경제적 위상에 비해 우리의 사회제도나 문화적 분위기가 아직도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서울대 종교학과 金鍾瑞(김종서)교수는 『가까운 앞날이 예측가능해야 안정감을 찾는데 기술의 발달로 사회가 급변하다보니 무속과 역술에라도 의지해 앞날을 예측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세기말 특유의 혼란스런 분위기에 우리의 예측불가능인 정치판, 불투명한 경제전망과 계속되고 있는 불황도 우리 사회의 점복성행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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