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축제/빈 신년음악회]12억명 시청

  • 입력 1997년 1월 2일 20시 02분


「金順德기자」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왈츠를 추며 묵은 해를 보내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왈츠음악을 들으며 새해를 맞는다. 특히 지난 70년이후 해마다 12월31일 밤에 열려온 「황제의 무도회」와 58년의 역사를 지닌 빈 필의 신년음악회는 오스트리아 축제의 꽃이다. 지난 31일 밤 「황제의 무도회」가 열린 빈의 호프부르크궁 내부는 화려한 정장차림의 남녀 참석자 3천여명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무도회를 주관하는 호프부르크궁의 레지나 마호 담당관은 『입장료가 11만원부터 최고 36만원에 이르지만 1년전에 예약해야 할 만큼 국내외에 인기가 높다』고 자랑했다. 무도회장으로 통하는 대리석 계단위에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주인인 프란츠 요제프황제와 엘리자베트 황후로 분장한 배우가 손님을 맞았다. 궁안에서 가장 큰 페스티벌홀과 스물여섯개의 찬란한 샹들리에가 빛나는 기념홀등 크고 작은 10개의 홀은 수천 수만송이의 카네이션과 글라디올러스로 장식됐다. 밤 10시 요한 스트라우스의 「황제왈츠」의 연주가 시작되자 모든 홀은 현란한 무도회장으로 변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중년의 부부, 10대 커플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미끄러지는 환상적 회전, 빠른 도약과 우아한 율동이 이어졌다. 인스부르크에서 남편과 함께 왔다는 캐린 얀센(37)은 『왈츠 특유의 4분의 3박자의 선율은 우아하고 자유로우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한다』고 왈츠의 매력을 설명했다. 왈츠는 오스트리아 농촌의 민속춤을 토대로 수세기동안 형성돼 18세기에 이르러 절정기를 맞는다. 당시 일부에서는 『남녀가 꼭 끌어안고 춤추며 상대방을 호색하는 위험한 춤』으로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왈츠는 이제 전세계의 무도회를 휩쓸 만큼 널리 뿌리를 내렸다. 오스트리아를 이끌어온 합스부르크왕가는 유럽에 「무도회 문화」를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3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 지속된 합스부르크 왕가는 능란한 외교와 함께 주변 강대국 왕실과 사돈을 맺으면서 대제국을 건설했다. 합스브루크 왕가는 외교사절 접대를 위해 연일 빈에서 무도회를 열었고 왈츠는 가장 훌륭한 사교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요한 스트라우스 1세(1804∼1849)와 요한 스트라우스2세(1825∼1899)는 뛰어난 왈츠곡을 작곡, 이른바 「왈츠문화」를 완성한다. 이날 「황제의 무도회」는 해가 바뀜을 알리는 슈테판대성당의 종소리가 12번 울려퍼지자 절정에 달했다. 종소리에 춤을 멈춘 참석자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상대방과 입을 맞췄다. 『열 여섯살 때부터 댄스스쿨에서 왈츠를 익혔죠. 디스코도 좋지만 특별한 날에는 역시 왈츠가 좋아요. 왈츠는 우리 전통문화거든요』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진 96년을 기념하기 위해 「황제의 무도회」에 왔다는 마리온 토첼(18)의 말이다. 오스트리아에서 97년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와 함께 시작됐다. 오전 11시 빈의 무지크페라인홀에서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로 열린 신년음악회는 아름답고 경쾌한 선율로 2천여명의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이 음악회는 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돼 12억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간 빈 시청앞 광장은 30년만에 찾아왔다는 영하 10도의 추위, 일년사이(사실은 하룻밤사이)발목까지 내린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스크린으로 음악회를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왈츠리듬에 맞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두툼한 코트차림으로 파트너와 왈츠를 추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날 음악회에서 요한 스트라우스의 「모터」 왈츠로 첫 머리를 장식한 무티는 우아하고 경쾌하게, 때로는 격정적인 몸짓으로 요제프 스트라우스의 「디나미덴 왈츠」등 16곡을 연주했다. 마지막으로 무티는 신년음악회의 관행에 따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들려주었으며 전통적 피날레곡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몸을 객석으로 돌려 박수를 「지휘」하기도 했다. 노란 수선화와 장미로 장식된 콘서트홀은 섬세하면서도 장중한 음향을 선사했다. 또 현란한 샹들리에 불빛은 연주중에도 완전히 꺼지지 않아 옆사람과 행복한 미소를 나눌 수 있도록 해줬다. 『해마다 TV로 신년음악회를 보다가 올해는 아내를 위해 큰 마음먹고 스페인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아벨리노 구티에레르(52)는 『이처럼 감동적인 새해 선물을 주는 오케스트라와 음악축제가 있으니 오스트리아인은 정말 행복한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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