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핀란드의 우먼파워

  • 입력 1996년 10월 31일 20시 23분


핀란드에서 일하며 이따금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나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사라고 소개해주려 할 때다. 그 친구들은 우리나라에서 여성대사가 나왔다는 것이 너무도 흐뭇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후진국인가 하는 것을 들어내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여성대사가 나왔을뿐더러 현재 외무 국방 노동 제2재무 교통 보사1,2부 등 7명의 장관이 여성이다. ▼ 장관-의원이 절반 육박 ▼ 선거직인 국회에서도 의장 부의장 2명이 다 여성이며 헬싱키 에스포 비타아 등 주요도시들도 모두 여자를 시장으로 선출했다. 최근에 있었던 유럽의회 의원선거에서는 여성이 자리의 꼭 절반을 차지했다. 헬싱키에 상주하는 외국대사 중에서도 무려 9명이 여자이며 외교단장도 라트비아에서 온 여성대사다. 대체로 국회의원과 국무의원의 35∼40%가량을 여성이 차지하는 것도 우리로 보아서는 이색적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각료를 포함한 주요직에 종종 발탁되는 것도 이 나라 정치의 특징이다. 지난 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 교육장관 헤이노텐(31)은 장관 보좌관으로 있다가 29세에 발탁됐지만 인기투표에서는 각료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젊은 장관이 원로 교수들이나 대학의 총학장들과 같이 어울려서 서로를 존중하는 따뜻하면서도 정중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치러내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 짝이없다.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이처럼 여성이나 젊은이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요직에 선출 또는 발탁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 순탄하지만 않았던 이 나라의 역사를 정치현장에 대한 관찰에 비추어 되씹어보며 내릴 수 있는 단 한가지 답은 정치가 부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세기초까지는 스웨덴 변경의 한 지역에 불과했다가 러시아 제국에 포함된 자치공국이 됐고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서 치열한 내란을 대가로 치르고 독립을 쟁취한 것이 핀란드의 순탄하지 않은 역사다. 독립한 뒤로도 핀란드는 항상 러시아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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