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30대의 『단맛』『쓴맛』

  • 입력 1996년 10월 26일 20시 13분


「尹景恩기자」 20년을 혼자 살아온 「베테랑독신」 권오구씨(37·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농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와 독신생활 2년째의 「초보독신」 김화씨(31·영화홍보 프리랜서). 어느 저녁 두 사람이 만나 「혼자 사는 30대의 단맛과 쓴맛」을 한바탕 풀어놓았다. 김씨가 홍보를 맡은 영화 「귀천도」를 얘깃거리삼아 한참 어색함을 눙치다 어느덧 본론으로 돌입. 『이젠 혼자 사는게 지겨워요. 외로울 때가 꽤 많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불을 켜는 순간 아무도 없는 빈 방만이 나를 기다릴 때 특히…』 「독신생활청산」의 굳은 뜻을 품은 권씨가 운을 뗐는데도 김씨는 아직 「독신의 쓴맛」을 덜 봤는지 『통쾌하다』는 말로 딴청이다. 『내돈 내가 벌어 쓰면서 아등바등 사는 게 통쾌해요. 「아플 때 혼자라서 서럽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누구랑 같이 살더라도 어차피 아픈 건 혼자 아픈 거잖아요』 직업상 혼자 있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김씨. 남자친구는 많지만 아직까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못 만났다. 『결혼을 안한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며 담배를 꺼내무는 권씨도 마찬가지. 약간 옆길로 새 「이런 사람이라면 결혼하겠다」고 한마디씩 주고받던 이야기가 다시 「독신자의 서러움」으로 돌아오니 박자가 척척 맞는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가끔씩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을 때가 있잖아요. 「집에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으니 저러지」 「썩은 준치라도 남편이 있는게 낫다」는 말들이 참 듣기 싫어요』 『맞아요. 자기네 딴에는 농담삼아 「오늘도 남아있니? 너도 약속 좀 잡아봐라」하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 격이죠』 독신이니까 자유분방하게 살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는지 남자들이 한밤중에 전화하고 매너없이 구는 걸 보면 불쾌하다는 김씨. 결혼한 친구들이 식사초대를 해도 초라해 보일 것 같아 거절한다는 권씨. 「독신주의가 아니냐」는 질문에 두사람 모두 황급히 손을 내젓고 일어선다. 『뭐가 좋고 뭐가 나빠서가 아니에요. 어쩌다보니 그냥 혼자 사는 거예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