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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섭의 시네월드]그들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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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섭의 시네월드]그들만의 세상

입력 1996-10-23 20:50수정 2009-09-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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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에겐 과거가 없다」. 이러한 명제는 대중영화와 관객이 맺은 오랜 약속중의 하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늦깎이 신인감독 임종재의 작품 「그들만의 세상」은 킬러에게도 가슴아픈 사연이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미국 갱조직의 프로페 셔널 킬러인 암호명 러브(이병헌)의 아버지는 한국의 재벌 정치인이고 도피유학생이 었던 러브는 탈선해 갱단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킬러와 탐욕스러운 정치인 아버지. 벌어진 틈새로 찬바람이 통과하는 불길함이 엄 습했지만 그 정도는 신인감독의 패기로 보아줄 만했다. 킬러와 치열한 사회비판의식 을 연결하는 것은 만용이지만 킬러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포로임은 갱영화의 중 요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영화감독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 는가. 킬러에게 여자와의 운명적인 사랑은 필수적이지만 영화는 거기서 한발을 더 내딛는다. 러브를 보자마자 운명을 떠올린 성인 클럽의 무희(정선경)도 단순한 스트 립 댄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영화는 이제 한국의 영원한 사랑의 고전 「춘향전」의 역설적인 패러디임을 드러내고 물질과 허황된 욕망으로 포위된 서울의 미로 속으로 카메라를 출발시킨다. 그러나 「그들만의 세상」의 이러한 구성은 기이할 정도로 분 화되는 한국사회에 대한 해석작업이라기보다는 한국 영화감독들의 모순적인 자화상 으로 보여진다. 영화감독들은 장사도 해야하고 과잉해석을 일삼는 영화평론가들의 눈에 들어 상도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강박관념에서 출발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전제만 되어있지 극적으로 발 전되지 못하고 고전의 패러디 작업은 환상적인 마지막 장면의 효과 이외에는 별다른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한국의 감독들에게 아직도 유효한 금언은 「두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한마리도 못잡는다」라는 우화다. 감독은 이러한 야망과 모순의 피해자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수준급이다. 특히 도심 의 빌딩 사이를 나는 비둘기 장면은 탁월한 심리해석을 기반으로 한 시적 영상을 보 여준다. 이것을 이병우의 기타를 중심으로 한 음악이 효과적으로 뒷받침 해준다. 「 그들만의 세상」의 이야기는 개별적이지만 주제는 역시 보편적인 우리들의 세상을 보여주어야만 했다.〈서울예전 영화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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