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스페인국왕 『민주 이룬 國父』존경 한몸에

  • 입력 1996년 10월 20일 20시 21분


「方炯南기자」 「민주주의를 회복한 모든 스페인 국민의 왕」. 스페인 국민들은 후안 카를로스국왕(58)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 카를로스국왕은 즉위한지 20년이 지났지만 국민들로부터 한결같은 존경을 받는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국가의 왕족과도 구별된다. 카를로스국왕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왕이 됐다. 독재자 프랑코 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고 프랑코 사망 이틀 뒤인 75년11월22일 즉위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조용하던 무색무취의 「왕세자 카를로스」는 완전히 다른 「국왕 카를로스 」로 변모,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손수 작성한 즉위 연설의 핵심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모든 스페인 국민의 왕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걸리고 정국의 불안이 계속되기는 했지만 국왕의 약속대로 스페인은 차근 차근 독재의 후유증을 걷어냈다. 77년 사면법이 제정되고 공산당이 합법화됐으며 78 년에는 입헌군주제와 서구식 의회민주주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헌법이 채택됐다 . 81년은 카를로스국왕에게 최대의 시련이자 최대의 기회로 기억된다. 2월23일 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가 시작되기 직전 보안군이 총을 난사하며 의회에 난입, 쿠데 타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국왕은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은 장군들과 접촉, 『왕의 명령에 따르겠다』 는 다짐을 받은 뒤 TV를 통해 『민주질서를 무력으로 해치려는 무리들의 어떠한 행 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대국민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쿠데타주동자에게 전화를 걸어 『귀관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먼저 나를 총살시켜야 할 것』이라고 결연 한 자세를 보인 뒤 군사행동중지를 명령하는 전문을 보냈다. 국왕의 용기에 놀란 반 란군은 곧바로 항복했고 이날밤 왕궁으로 달려온 총리이하 각계각층 대표들은 『국 왕이 스페인을 구했다』며 감사와 존경을 표시했다. 카를로스국왕은 국가원수로서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여러가지 면에서 모범을 보여 국민들의 칭송을 받는다. 신년사 등 대부분의 연설문을 손수 작성하며 스스로 유럽 의 왕들 가운데 보수가 가장 적다고 말할 정도로 국고를 낭비하지도 않는다. 사저인 자르주엘라궁의 엘리베이터가 낡아 애견(愛犬)과 함께 갇힌 적도 있으며 전용요트 포르투나는 왕에게 새 요트를 구입해 주자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낡았다. 국왕 일가는 수준높은 스포츠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카를로스국왕이 뮌헨올림픽에 요트선수로 출전한 것을 비롯, 가족 5명 가운데 4명이 올림픽무대를 밟는 기록을 세웠다. 국왕은 태권도를 몇년동안 수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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