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인 김창민씨의 「인간승리」

  • 입력 1996년 10월 18일 22시 11분


「朴賢眞기자」 항상 꼬여 있는 두 팔, 일어설 수 없는 두 다리, 귀를 기울여야 겨 우 알아들을 수 있는 말. 1급 뇌성마비 장애인 김창민씨(22). 그런 그가 컴퓨터조립 회사를 설립했다면 믿어질까. 그는 손 대신 발가락을 이용해 컴퓨터를 조립한다. 신이 그의 육체에 창살을 씌워 놓았지만 다행히 생각할 수 있는 머리와 꿈틀거리는 발가락을 남겨놓은 덕택이다. 발로 만든 PC지만 유명메이커 제품과 차이가 없다. 그가 인영시스템이란 회사를 차린 때는 지난 3월. 자신의 방을 사무실로 삼고 아 버지 어머니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누가 봐도 될 성싶잖은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 러나 놀랍게 지금까지 「무려」 15대의 PC를 팔았다. 그는 하루 종일 걸려 컴퓨터 한대를 조립한다. 테스트까지 끝내는데는 보름이 걸 린다. 생산성이랄 것이 없는 작업속도다. 발로 하는 조립작업은 차라리 고행에 가깝 다. 배를 땅바닥에 붙인 채 컴퓨터보드를 발가락 사이에 끼워 본체의 구멍에 맞추는 데만 30분. 몰아 내쉬는 숨소리가 거칠기만하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기도하듯이 해낸다. 그리고 너무 기뻐한다. 이젠 단단히 한몫 하는 한사람의 인간이 되었기 때 문이다. 그는 전혀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 김효수씨(51)가 미장공으로 일하며 어렵게 생계 를 이어간 탓이다. 열네살 되던 지난 88년 버려뒀다 시피했던 그는 경기 성남시 소 망재활원에 보내졌다. 여기서도 교육비를 못내 정식원생으로 등록되지 않아 숙식은 같이 하면서도 교육은 받지 못했다. 수업이 끝난 아이들과 어울릴 따름이었다. 그런 그가 컴퓨터에 눈을 떴다. 원생들을 따라 장애인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 며 자립하는 회사를 2주일동안 견학한 것이 그를 긴 잠에서 깨웠다. 93년 6년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버지를 졸라 PC와 컴퓨터서적을 사고 방문을 닫아 걸었다. 그리고 1년 뒤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생겼다. PC를 모두 분해해 버린 것. 아버지 는 버럭 화를 냈지만 그 다음날 PC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속으 로 외쳤다. 『내가 한거야』 아버지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했다. 「내버린」 아들 이 처음으로 제 손으로 무언가를 해낸 순간이었다. 이후 PC 분해와 조립은 계속되었고 급기야 지난 3월 회사를 만들었다. 부품은 아 버지와 함께 용산에서 구입한다.그래서 용산상가 상인중에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첫 PC는만든지 두달만에팔렸다. 아버지 친구가 사줬다. 제대로 된 첫판매는 그 한 달 후였다.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자 곧 연락이 온것.PC가팔리던날 김창민씨는 하 염없이 웃기만 했다. 그동안의 고통과 회한이 웃음과 함께 저멀리 말끔히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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