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친절한 의사가 보고 싶다

  • 입력 1996년 10월 15일 0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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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병원에 들어서면 미술관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건물의 내부구조가 그렇고 벽에는 온갖 그림이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병원 특유의 긴장감 대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병상 6백석인 이 병원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로비 에서 연주회와 연극 춤공연 등을 환자들에게 선사한다. 환자들은 이 시간만큼은 질 병의 고통과 불안감을 잊으며 문화생활을 즐긴다 ▼이 병원은 이런 분위기가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통계로 조사한 바는 없다. 그 러나 환자들은 그림을 내걸고 공연을 시작한 이후 한결같이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 다는 것이다. 의사들도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다고 말했다. 그런 돈으 로 의료 장비를 사는 게 오히려 낫지않느냐는 비판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병 원측은 자선단체나 독지가들이 낸 기금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병원에서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영화 시사회 등을 실시 한 바 있다.또 간호사들의 전통적인 흰색 옷과 캡이 환자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준 다는 지적에 따라 편안한 디자인으로 바꾼 병원도 있다. 서비스 개선을 위한 각 병 원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환자의 호칭부터 종전 「씨」에서 「님」으로 바뀌고 있다. 전화로도 진료 예약을 받는가 하면 고질적인 영안실 비리 근절에 애쓰는 병원 도 있다 ▼대학병원 중심의 이런 움직임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 공하는 재벌 병원들에 환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작된 측면이 있다. 어쨌든 환자 들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병원들의 변화가 여전히 핵심과는 거리가 먼 느낌 이다. 환자에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성실히 얘기를 들어주고 자상하게 치 료 방법을 제시, 믿음을 주는 일이다. 의사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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