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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4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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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지만 결혼 안해…“사랑과 전쟁 찍냐?”

[엄마가 행복한 사회]<9> 싱글맘 무시하는 사회 손가락질… 생활苦… 미혼모는 언제까지 울어야 하나요?


《 이 사회가 비뚤어진 시선을 보내는 이름. 바로 미혼모다. 그들은 ‘오명’을 피하기 위해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지운다. 2010년 미혼모의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집계된 것만 7만2452건. 아무도 모르는 임신중절 사례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 생명을 살렸다면 출산율도 높아졌으리라. 엄마와 아빠가 모두 있어야 정상적인 가족이란 등식은 옛말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엄마가 가장이 될 수도 있고, 아빠가 없이도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다. 가족의 형태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고민했던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들은 미혼모 가정을 정상적인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출산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미혼모에게 냉랭하다.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미혼모, 그들의 고백을 들어보자. 그들을 껴안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자 의무다. 》
○ 미혼모는 철부지 엄마가 아니다

저는 여섯 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그런데 보통 엄마들하고는 조금 달라요. 미혼모입니다.

철없는 10대 소녀를 떠올리시나요? 저는 35세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아이를 가졌어요. 만약 결혼을 했으면 아이는 그 집의 장손이 됐을 거예요. 왜 결혼을 안 했느냐고요? 성격이 너무 안 맞았어요. 아이 때문에 그냥 결혼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 남자와는 행복할 것 같지 않았어요. 부모의 불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혼자라도 사랑을 듬뿍 주며 사는 게 낫겠다 싶었죠. 아이 아빠에게 내가 혼자 키울 테니 헤어지자고 했어요.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사랑과 전쟁’ 찍느냐고. 입양 보내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아이 낳아 보신 분은 아실 테죠. 배 속에서 뛰어노는 그 아이를 어떻게…. 미혼모시설에서 아이를 낳아 길렀어요. 2년만 키우고 다른 곳에 맡기거나 보육원에 일단 보냈다가 여유 생기면 찾아오겠다는 미혼모도 많이 봤어요. 그 사람들 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직접 키우기로 했죠.

독하게 맘먹었어요. 부모님께는 아이 낳아서 시댁에 들어갔다고 했어요. 부모님께 알려봤자 걱정만 보탤 뿐이니까…. 부모님은 아이 낳고 8개월이 돼서야 제 상황을 아셨죠. 이혼한 엄마들은 친정이 받아주기라도 해요. 우리 딸 맘 많이 상했다며 어루만져주죠. 미혼모들은 친정에서도 좋은 소리 못 들어요. 네가 낳겠다고 했으니 네가 키워라. 이런 말을 듣는 미혼모도 많답니다.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니 저처럼 엄마나 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2005년 기준으로 137만 가구입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8년 태어난 아동 중 ‘혼인 외’ 출생자는 1만533명이네요. 그래도 많은 미혼모가 입양을 보내지 않고 직접 키우고 있어요.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서 미혼모의 45.9%가 직접 양육하겠다는 뜻을 밝혔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의 32.3%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여자가 책임지지 못할 아이를 낳았다는 손가락질은 그만해 주세요.

○ 미혼모도 ‘가족’이 그립다.

아이가 돌쯤 됐을 때였어요. 어느 날 밤 열이 심하게 올랐어요. 애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어요. 접수할 때 발을 보니 신발을 안 신고 왔더라고요. 응급실 직원이 “애기 아빠랑 같이 오지 왜 이렇게 혼자 오셨어요” 하는데 눈물이 왈칵 났어요. 아빠나 남편 없는 가정도 많은데, 왜들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까.

아이가 세 살 때 어린이집에 다녀와서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 아빠 집은 어디야?” 어린이집에서 아빠 이야기가 나왔대요. 연애할 때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빠 집은 저기 있으니 크면 보러 가자고 했어요. 아이에게 “아빠 없다 하지 말고, 저기 어디 갔다고 해라”라고 말하는 수밖에요.

재혼요? 같은 미혼모라 해도 나이가 어리면 그럴 수 있겠죠. 이제 저는 나이도 있고, 누구를 만나도 혼란스러워요. 내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그러면 덥석 안아줄 남자가 있을까요.

취직하기도 쉽지 않아요. 어떤 미혼모들은 혼자 아이 키우는 걸 직장에 숨기기도 하죠. 이력서에 ‘미혼’이라고 써요. 그래야 직장동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거든요.

저는 아이가 아빠 성을 따르도록 했어요. 이력서를 쓰고 나니 심경이 복잡해지더군요. 호주는 엄마인데, 아이와 성씨가 다르고, 미혼이고…. 이런 이력서 가져가면 면접도 치르지 못하고 떨어지기 십상이죠.

약간 ‘비겁’해지기로 했어요. 간호조무사 구인 면접에서 원장님이 결혼했냐고 묻는데, 고민 끝에 “세 살짜리 아이가 있어요”라고만 대답했어요. 합격한 뒤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면서 “죄송하지만 말씀 못 드린 게 있는데, 사실 아빠 없이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어요. 쉽게 말해 미혼모죠”라고 털어놨어요. 원장님이 까무러칠 듯 놀라더라고요. 다행히 합격을 취소하지는 않았어요.

많은 미혼모가 아이가 크면서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한다는, 여성부의 실태조사 보고서(2010년)를 본 적이 있어요. 아이에게 아빠가 없는 적절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엄마가 잘못해 아빠하고 헤어진 거다”는 원망을 듣는 미혼모도 많답니다. 친정과도 사이가 좋지 않아 친인척 중에서 아빠를 대체할 남자 양육자도 찾지 못하죠. 그래서일까요. 미혼모의 9%가 친부모와 관계를 끊은 채 살아가고 있답니다.

○ 미혼모 인정하는 날이 올까


직장을 다녀도 야간이나 토요일 근무는 엄두도 못내요. 그 전에는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아이가 크면서 엄마를 많이 찾거든요. 업무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벌이도 늘 빠듯해요. 저축은커녕 한 달 벌어 한 달 써요. 요즘엔 경력이 쌓이면서 월급이 올랐는데, 아이돌보미서비스 소득기준을 5만 원 정도 넘어버렸어요. 그 때문에 돌보미서비스 비용도 한 달 4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랐죠. 무엇보다 지금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것도 소득이 올라서 쫓겨날까 봐 걱정이에요.

정부가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가 뭘까를 조사한 적이 있어요. 미혼모의 36.2%가 생계비를 지원해달라고 했고, 32.7%가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달라고 했죠. 미혼모가 입소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태부족인 상태랍니다.

만 13세 미만 아이를 입양한 가정은 월 10만 원의 양육수당을 받아요. 그러나 미혼모들은 2∼12세의 아동이 있을 때 월 5만 원의 양육수당을 받죠.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요? 재판을 통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지만 아이 아빠와 접촉하기도 쉽지 않아요. 재판 절차도 아주 번거로워요. 있으나마나 한 제도라고 볼 수 있죠.

정말 팍팍한 인생이에요. 그래도 엄마란 사실을 잊지 않고 살려고 해요. 이런 제 노력을 비웃지 말아주세요. 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답니다. 아니, 그러지 못할지언정 벌레 보듯 하지 않았으면 고맙겠어요. 나와 내 아이도 엄연한 가정이랍니다. 이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英 “모든 어린이는 소중” 아동복지 차원서 미혼모 지원
칠레, 정책 바꾼뒤 출산율 급등

미혼모 가정은 사회적 편견 외에도 육아와 사회활동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가정보다 양육의 부담이 더욱 크다. 아이를 돌봐야 할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일할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시의 미혼모 가정을 포함해 한 부모 가정 258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녀 양육과 교육’(35,3%), ‘경제적 어려움’(32.9%)이었다. 선진국이 미혼모 가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돕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대 미혼모가 많은 영국은 ‘모든 어린이는 소중하다’는 슬로건 아래 미혼모 정책의 초점을 아동 복지 증진에 둔다.

예를 들어 임신한 10대에는 전담 상담원을 배치해 다른 기관과 협력하도록 한다. 16세 미만의 미혼모 학생은 별도의 수업을 주 3회 들을 수 있다. 보건 전문가는 이들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으로 찾아가 도움말을 준다. 1명 이상의 자녀를 둔 20세 미만의 부모에게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일주일에 160파운드(약 30만 원)를 지원한다.

호주의 지원책은 더 파격적이다. 정부가 미혼모에게 매달 1000호주달러(약 115만 원)를 생활비와 교육비로 지원한다. 또 가정에서 학교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수업시간에는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을 돌보도록 배려한다. 뉴질랜드에는 10대 미혼모만을 위한 고등학교도 있다. 엄마는 수업을 받고, 아이는 보육을 받는 방식이다.

이같이 산모와 아동을 위한 촘촘한 보호망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미혼모 출신인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미혼모를 위해 고등학교에도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등 혁신적 정책으로 합계출산율을 유럽 1위(프랑스 1.98명)와 비슷한 수준인 1.95명으로 끌어올린 일은 유명하다. 미혼모 지원을 단순히 취약계층 보호 정책으로만 봐서는 곤란한 이유다.  
:: 특별취재팀 ::

▽팀장
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팀원 정효진(산업부) 구가인(경제부) 신나리(국제부) 이새샘(사회부)
우경임 한우신 남윤서 최예나(교육복지부) 곽민영(문화부)

:: 엄마가 행복한 사회 자문단  ::

강지원 변호사
김미경 더블유 인사이츠 대표
김행미 KB국민은행 강동지역 본부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
임오경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
전재희 국회의원·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주원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정이현 소설가
조복희 육아정책연구소장
최성남 글로벌어린이재단 뉴욕 회장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 이런 엄마를 찾습니다 ::

육아와 교육, 경제적 문제 등으로 출산을 꺼리는 엄마, 그래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기쁨이 더 크다는 엄마…. 여러분의 사연이 담긴 제보를 받습니다. 시리즈에 대한 의견도 환영합니다. happymom@donga.com으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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