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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의 여신들로 표현한 카르멘의 치명적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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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의 여신들로 표현한 카르멘의 치명적 운명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11-19 03:00수정 2019-1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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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솔오페라단 ‘카르멘’
‘카르멘’ 1막. 카르멘(앞줄 오른쪽 주세피나 피운티)이 돈 호세(앞줄 왼쪽 잔카를로 몬살베)와 주니가(이대범)가 지켜보는 가운데 돈 호세를 유혹하는 ‘하바네라’를 부르고 있다. 솔오페라단 제공
고대 로마인들은 운명의 세 여신 파르케(Parcae)가 개개인의 운명의 실을 잣고 재고, 최후의 순간에 실을 끊는다고 생각했다. 솔오페라단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오페라 ‘카르멘’에서 연출가 잔도메니코 바카리는 비제 원작에 없는 검은 옷의 세 파르케를 무대에 등장시켜 카르멘의 치명적(fatal) 운명에 대한 비유로 삼았다.

자코모 안드리코가 제작한 무대는 선연한 색상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1막의 분홍에 가까운 엷은 갈색은 안달루시아 산악의 색채를, 2막의 짙은 갈색은 술집의 어두운 분위기를, 3막의 파랑은 산악의 추위와 음산함에 현실감을 더해주었다. 무대 앞뒤의 입체감은 적었다. 이혜경의 안무로 제대로 표현된 안달루시아 춤이 넉넉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첫날 공연의 카르멘인 주세피나 피운티는 카르멘으로 ‘설계 제조’된 메조소프라노를 연상시켰다. 얼굴 표정부터 세기디야 춤, 전문 연주자 못잖은 캐스터네츠 연주까지 많은 무대 경험을 맞춰 입혀낸 듯한 집시여인을 드러냈다. 목의 공명점을 바꾸며 다양한 음색을 나타내는 편은 아니었다. 돈 호세 역의 잔카를로 몬살베는 프로그램북에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리릭 스핀토 테너’로 소개했지만, 그의 음성은 호세 쿠라나 존 비커스를 연상시키는 ‘나쁜 남자’적 드라마틱 테너의 결을 나타내고 있었다. 순진해서 넘어가는 돈 호세라기보다는 나태함으로 자기 운명을 그르치는 돈 호세를 표현했다.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바리톤 엘리아 파비안은 ‘투우사의 노래’에서 강력했지만 최저음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돈 호세와 싸우는 상관 주니가 역 베이스 이대범은 풍성한 성량이 인상 깊었다. 신심 깊고 착한 처녀 미카엘라를 노래한 김은희는 1막에서 다소 표현이 평면적이었지만 3막 ‘용기의 아리아’의 절절한 표현은 다시 한 번 듣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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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이탈리아 최고 오페라 지휘 거장으로 꼽히는 알베르토 베로네시가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을 이끌어가는 솜씨는 다소 미심쩍었다. 2막 다섯 출연자가 산적질을 모의하는 중창은 다소 느린 박자였는데도 정밀한 앙상블을 끌어내지 못했다. 합창에서는 테너의 안쪽 성부 음량이 종종 소프라노의 선율을 압도했다.

세 파르케의 상징연출은 인상적이었지만 다소의 무리도 낳았다. 1막 마지막 부분은 파르케의 천으로 눈을 가린 남자 주인공 돈 호세가 카르멘이 도망치도록 놓아두게 했다. 카르멘이 돈 호세를 밀치고 가도록 만든 원작과 달리 무대와 음악 사이 간격이 드러났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솔 오페라단#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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