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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란 인천시청 플레잉코치 “29년째 핸드볼 현역… 내 힘은 사우나와 어린 후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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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란 인천시청 플레잉코치 “29년째 핸드볼 현역… 내 힘은 사우나와 어린 후배들”

김배중 기자 입력 2019-02-23 03:00수정 2019-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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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5회 출전, 메달 3개(은 2, 동 1), 통산 1200세이브 돌파. 아직 현역이기에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불혹을 훌쩍 넘기고도 현역으로 뛰는 오영란 인천시청 플레잉코치. 그의 최근 큰 목표는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것과 더 많은 핸드볼 팬이 경기장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오전 훈련 뒤에 꼭 사우나에 가서 몸을 풀어줘요. 오래 꾸준히 한 게 이건데…(웃음).”

1991년 실업무대에 데뷔해 곧 강산이 세 번 바뀔 때(30년)가 온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현역’이다. 최근 선수 복귀를 선언해 화제를 모은 미국 메이저리그 백전노장 스즈키 이치로(46·일본)도 그보다 어리다. 핸드볼리그 인천시청의 골문을 지키는 오영란 플레잉코치(47) 이야기다. 21일 만난 오 코치에 이치로의 자기관리를 언급하며 ‘오영란만의 비결’을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사우나를 언급했다. 이어 “부상 한 번 없이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끔 건강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 덕이 크다”며 멋쩍게 웃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낯선 광경도 여럿 있다. 우선 조한준 인천시청 감독(46)이 오 코치보다 한 살 어리다. 올 시즌 신인으로 입단한 이예은, 오예닮(19)은 오 코치의 첫째 딸(13)과 나이가 더 가깝다. 주장 신은주(26)와의 나이 차도 스무 살이 넘는다. 한때 쉽게 ‘욱’했다던 오 코치는 이들과 어울리려 과거보다 유해졌다고 한다.


“요즘은 잘못하면 ‘꼰대’라 불리기 쉽잖아요(웃음). 한창 때는 악역을 도맡았는데, 지금은 동생들이 흐트러져도 ‘나도 그땐 그랬지’ 하며 못 본 척해요. 다만 경기 중에 안 되겠다 싶을 때만 ‘우리 딸한테도 똑같이 한다’며 잔소리하고요. 다행히 그땐 후배들이 이해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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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이 한때 리그에서 우승을 4번(리그 최다)하는 강호였지만 약 2년 전부터 세대교체를 시작해 과거보다 팀 전력이 약해졌다. 올 시즌은 8개 팀 중 4∼6위권. 국제 대회서 세계적인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오 코치가 ‘왕년’이 그리울 듯도 하지만 배울 점도 있다.

오영란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결승전 승부던지기 끝에 패한 뒤 아쉬워하는 모습.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어린 선수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성장을 이끌어내는 조 감독님의 끈기를 보고 있으면 저도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지난달 12일, 당시 무패(7승) 행진을 달리던 부산시설공단에 인천시청은 시즌 첫 패를 안겼다. 그날 오 코치는 부산시설공단의 파상공세에 맞서 경기 종료 직전 결정적인 선방을 두 번 하며 2점 차 승리(27-25)를 지켰다. 최강 팀과 팽팽한 경기를 벌인 후배들이 대견해 이를 더 악물었다. 비슷한 시기 통산 1200세이브(리그 2호) 대기록도 세웠다. 현재 핸드볼리그가 출범한 2011년 이후, 한국 나이 마흔부터 쌓아올린 값진 기록이다.

“작년에 후배들이 컴퓨터로 기록 보는 법을 알려줘 그때 처음 기록이 집계된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과거 제 20년이 빠져 있어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팀이 이기고 어린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우승하거나 올림픽 메달 딸 때보다 큰 성취감을 느끼죠.”

최근 몇 년 사이 새해가 밝으면 ‘올해까지만’이라 다짐하다가 어느새 다음 해도 현역을 기약하는 이유다. 팀의 두 번째 골키퍼 조현미(22)의 성장을 위해서도 ‘현역 오영란’이 필요하다. 오 코치도 “앞으로 더 보여주며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5번(1996, 2000, 2004, 2008, 2016년) 나가 2000년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며 ‘우생순’으로 불린 여자핸드볼의 전성기도 맛본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공을 내려놓기 아쉬운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핸드볼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죠. 중요할 때 못 막아서(웃음). 그래도 지금껏 하고 있어요. 직접 하고, 보면 핸드볼 매력이 느껴지거든요. ‘우생순 오영란’도 있지만 경기마다 등장하는 멋진 동생도 많아요. 더 많은 팬이 재미를 느낄 때까지 함께 노력해야죠.”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오영란#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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