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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레이더] 대표팀 조기소집과 준비부족 논란의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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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레이더] 대표팀 조기소집과 준비부족 논란의 다른 시선

김종건 기자 입력 2019-12-03 09:33수정 2019-12-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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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요즘 한국배구는 올림픽 본선진출을 못하면 마치 V리그가 큰 일이 날 분위기다. 미리 가정을 해놓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된다. 기대와 뜨거운 성원은 좋지만 가끔 지나치다는 느낌도 든다.

11월29일 남자구단 사무국장들의 실무회의에서 대표팀 조기소집 요구를 거부했다. 여자구단들은 12월2일 대승적 차원에서 대표팀 차출을 일주일 앞당기기로 했지만 최종결정은 아니다.

아직 대한배구협회가 한국배구연맹에 조기차출 요청공문조차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국장들은 배구협회가 부당한 여론몰이를 했다는 정황도 드러나자 절차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정인이 여자구단에 일일이 물어봤더니 연기를 찬성한다고 해서 조기소집을 요청하겠다”는 발언이 문제였다. 구단과 한국배구연맹은 불쾌히 받아들였다.

지금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공정성도 따진다. 아무리 목표가 좋아도 정당성이 있어야 존중받는다. 그 특정인은 각 팀의 감독에게 전화해 “많은 팀들이 조기소집에 찬성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느 감독은 “미리 답을 정해놓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제대로 대답을 하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배구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여자대표팀의 준비상황이다. 팬들은 리그를 중단하거나 연기한 나라를 들면서 준비부족을 비난한다. 현실이 아쉽기만 확실히 해둘 것도 있다. 많은 유럽리그가 일찍 리그를 중단한 것은 각 팀의 주전들이 자국 대표팀으로 돌아간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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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빠져나가면 경기가 제대로 되지 않자 터키리그는 11월30일 리그를 중단했다. 중국이나 태국은 리그일정을 마음대로 정할 만큼 사업적으로 정착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았다는 증거다. V리그는 천억원 이상의 돈이 움직이는 엄연한 프로스포츠 사업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배구협회가 리그를 관장한다. 그래서 일정변경 등의 결정도 쉽다. 우리는 국제대회를 관장하는 협회와 프로리그를 관장하는 연맹이 따로 있다. 성인대표팀의 주축인 프로선수들은 김연경을 제외하고는 한국배구연맹의 V리그 팀에 있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지원팀은 협회소속이다. 대표팀의 행정은 대한배구협회가 한다. ‘우리가 상위단체다. 너희들이 따라와야 한다’는 마음이 서로에게 있으니 협조가 잘 될 이유가 없다. 리그 도중에 사용구 교체와 대표선수 조기소집 요구 논란이 나온 근본적인 이유다. 이 시스템을 바꾸기 전까지 계속 불협화음은 나올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성인 국가대표팀을 어디서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된다.

또 하나의 논란은 훈련기간과 방법이다. 대표선수들을 일찍 소집해서 부상을 방지하고 체력을 비축시키는 것은 좋다. 하지만 부상은 훈련 중에도 생긴다. 경기를 잘하기 위해서 기초체력을 다지고 선수들의 손발을 맞춰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실전을 통해야 한다. 당초 12월20일부터 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였다. 1월7일 시작하는 아시아대륙 최종예선전까지는 2주 이상 훈련할 여유가 있었다.

이미 시즌에 들어간 선수들이기에 체력훈련 등의 준비기간도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해서 3주간의 중단을 결정했다. 합숙훈련 기간이 너무 길면 컨디션이 더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여론을 등에 업은 협회의 갑작스런 계획변경 요청에 구단들은 결국 1주일을 더 주기로 했다.

대신 구단들은 대표팀 스태프가 조기차출 기간동안 선수들을 어떻게 훈련시키고 관리할 것인지 정확한 프로그램을 달라고 했다. 이 내용이 체계적이지 않을 경우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고 구단이 선수들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선수들의 몸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대표팀의 시스템에 불신을 갖고 있기에 나온 반대요구다. 어느 선수는 사비를 내고 전담트레이너를 함께 선수촌에 데려가도 되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대표팀의 선수관리는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 이런 지적을 협회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하나. 경쟁국들은 대표선수만 따로 모아서 많은 훈련을 하지만 결국 이들도 누군가와는 경기를 한다. 실전은 최고의 연습이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V리그에서 각자 최고의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사실을 외면하고 오직 대표선수들을 모아둬야만 훈련이 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조기소집에 맞춰 V리그 일정을 짜다보니 스케줄이 빡빡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부상과 체력저하가 걱정스럽지만 선수가 다치면 구단이 더 큰일이 나기에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구단은 선수의 체력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조기소집이나 V리그 경기나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와 논리는 있다. 대표팀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다만 내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지 말고 다른 의견도 폭넓게 봤으면 한다. 협회와 연맹이 꼭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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