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부를 수 없는 동아시안컵, 그래서 기대되는 벤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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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1일 0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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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킥오프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30/뉴스1 © News1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킥오프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30/뉴스1 © News1
지난해 여름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두 번째 ‘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출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8강)에 그쳤던 벤투 감독이 무대를 좁힌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축구 이벤트인 ‘EAFF E-1 챔피언십’ 8번째 대회가 오는 12월 부산에서 열린다. EAFF 사무국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9 EAFF E-1 챔피언십 킥오프’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2013년 이후 6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것으로 한국은 2005년을 포함해 3번째 동아시안컵 개최국이 됐다. ‘홈경기’라 팬들의 기대치는 더 높다. 남자대표팀은 2003년 초대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08년, 2015년, 2017년 등 통산 4회 이 대회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국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내친걸음 3연패에 도전한다.

AFC 가맹국들이 모두 출전하는 아시안컵에 비한다면 참가팀들의 양이나 수준이 분명 아래 단계에 있는 대회다. 어쩌면 그래서 더 부담스럽다. 팬들은 ‘당연한 우승’ ‘무조건 우승’을 외치고 있으니 정상에 올라야만 본전을 찾을 수 있는 대회다. 벤투도 각오하고 있다.

30일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도 “2003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총 4번이나 우승했다. 그리고 최근 2연패 중이다.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뒤 나아가 “한일전의 의미도 잘 알고 있다. 진지한 자세로 임할 것이다. 특히 한일전은 이번 대회의 최종전이다. 1, 2차전을 잘 치른 뒤 한일전까지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원하는 자원들을 모두 불러 최상의 스쿼드를 꾸릴 수 없다는 게 문제다. EAFF가 주최하는 대회로, FIFA가 정한 캘린더에 잡힌 일정이 아니기에 모든 클럽들은 차출 의무가 없다. K리그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에서 뛰는 아시아파는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으나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는 부를 수 없다.

벤투 감독은 “변명 없이 최선을 다하겠으나 아무래도 완전한 전력을 꾸릴 수는 없는 대회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회를 준비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뒤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선수도 있을 것”이라는 뜻을 덧붙였다. 사실 우승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새 얼굴’과 관련된 측면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거의 모든 경기를 ‘정예멤버’를 불러 치렀다. 어떤 경기든 대충 치르는 법이 없었고 ‘혹사 논란’ 속에서도 손흥민을 빠짐없이 불렀던 게 대표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벤투호의 플랜A 멤버들이 갖춰졌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1년여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벤투 감독이 원하는 팀의 구성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앞으로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조금씩은 수정이 되겠지만 기본 틀이 유지된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곧 새로운 선수들의 대표팀 진입 문턱도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지점에서 어느 정도 ‘강제적으로’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 기용해야하는 동아시안컵은 벤투의 시야를 넓히고 궁극적인 스쿼드의 양을 보강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무대다.

2019 EAFF E-1 챔피언십 대회운영본부장을 맡은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우리가 우승을 한다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그보다는 팬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전제한 뒤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선수를 발굴, 내년에도 이어지는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로 또 다른 지향점을 가져야한다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지난해 11월 호주에서 펼쳐진 A매치 2연전에서 일부 유럽파를 일부러 부르지 않은 적은 있었으나 이번 동아시안컵처럼 차출이 제한된 무대는 처음이다. 그래서 더더욱 벤투의 선택이 기다려진다. 계속 기회를 제공받아 ‘황태자’급으로 성장한 황인범(밴쿠버)도 그가 처음 부임했을 때는 K리그2 아산무궁화와 대전시티즌에서 뛰고 있었던 자원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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