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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20주년’ 넬 “음악만 같이 하는 밴드, 오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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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20주년’ 넬 “음악만 같이 하는 밴드, 오래갈 수 있을까요?”

뉴시스입력 2019-10-10 08:04수정 2019-10-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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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동갑내기 멤버 4명이 결성
3년 만에 정규 8집 '컬러스 인 블랙' 발매

“예전에는 화가 많이 나 있어서 자주 분노했어요. 실제 분노가 많은 성격이었고요. 어떤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치기 어린 느낌도 드네요. 앨범 ‘슬립 어웨이’(2012)가 기점이었던 것 같은데 특히 요즘에는 화가 난다기 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없고요.”

올해 결성 20주년을 맞은 청년 밴드가 느끼는 우울의 미학이 달라졌다. 1999년 결성돼 2001년 데뷔한 모던 록 밴드 ‘넬(NELL)’은 한국 청춘의 명암(明暗) 중 암(暗)을 담당해왔다.

데뷔 초창기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정서를 한국식으로 가져왔다는 평을 들었던 밴드다. 이후 자신만의 사운드를 개척하고 구축했지만 그 기저에 깔린 우울의 정서는 여전했다. 우울의 정서를 열병처럼 앓고 있던 대한민국의 청춘들이 넬의 노래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던 이유다.

8일 오후 연남동에서 만난 넬의 보컬 김종완(39)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를 내는 게 더 쓸쓸한 것인지, 내려놓는 것이 더 쓸쓸한 것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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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쓸쓸한 것 같다고 했다. “싸울 에너지조차 없는 거잖아요. 30대 접어들면서 공허하고 허탈한 느낌이 듭니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어쿠스틱 앨범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후 1년 만이자 3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앨범인 정규 8집 ‘컬러스 인 블랙’을 지배하는 정서 역시 우울함이다. 올해 초 태국의 스튜디오를 한달 가량 빌려 그곳 안에서만 머물며 골몰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를 비롯 김종완이 작사, 작곡한 9곡이 실렸는데 섬세하고 몽환적인 사운드에 비애가 깃들어 있다. 우정을 다룬 ‘오분 뒤에 봐’는 친구들과의 잦은 만남이 연중 행사가 되는 씁쓸한 풍경의 정경을 그렸다.

‘올 디스 퍼킹 타임(All This Fxxking Time)’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삶이 피폐해지는 악몽을 읊조리고, ‘무흥’에서는 이상한 슬픔을 인정하며, ‘러브 잇 웬 잇 레인스’에서는 먼지가 쌓여 가는 마음 안을 톺아본다. ‘클리셰’는 쓸쓸해지고 초라해지는 사랑의 끝을 감지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좌절은 아니다. 앨범 타이틀에 힌트가 있다. ‘컬러스 인 블랙’이라는 제목은 검정이라고 느껴지는 감정들에도 사실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깨닫고 지은 것이다. 여러 개의 색이 섞여 결국 까맣게 된다는 것. 김종완은 가사 쓰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고 고백 했는데 그런 고민의 깊이가 더 넒은 공감대를 만든다.

넬은 메이저 데뷔곡인 ‘스테이’ 때부터 사랑이 아닌 꿈을 노래해왔다. 절말의 바닥에서도 상승을 꿈 꾸는 것이다. 이들 사운드에 묘한 상승감이 숨겨져 있는 이유다. 이번 앨범에도 ‘꿈을 꾸는 꿈’ 등 꿈에 대해 역시 노래한다.

“꿈이 없으면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세상 모르는 소리를 하냐’고 하죠. 꿈을 꾸는 것만으로 사치가 된 세상인 거 같아 허탈감을 느끼죠. 그런 것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음악에 표현되는 것 같아요.”(김종완)

80년생 동갑내기들인 넬은 결성 이후 멤버 교체 없이 팀을 꾸려 왔다. 동네 친구인 기타 이재경·드럼 정재원을 초등학교 6학년 때 김종완이 만났고 나중에 베이스 이정훈이 합류했다.

김종완 “결성하고 3, 4년까지는 많이 싸웠어요. 그만두자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그때 밴드 정리가 다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차피 둘 중에 하나라고 의견을 통일 했거든요. 밴드를 하든가, 말든가”라며 웃었다.

넬 멤버들은 2016년 자신들의 독립 레이블 스페이스 보헤미안을 설립했다. 멤버들이 회사를 함께 운영한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하고, 장비를 사는데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냐는 이야기도 하자. 장비 쓰는데 돈을 아끼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없어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그건 아까지 않아요. 하하.”(김종완)

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오픈 마인드로 이어진다. 예전에 일부 밴드들은 자신들의 음악은 우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종완은 요즘 밴드는 그런 생각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우월하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물론 한 장르의 정통성을 개척하고 지켜오는 것이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데 요즘 같이 하이브리드 음악을 해야 하는 때는 국한돼 있기보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결국 밴드도 음악을 하는 거잖아요.”(김종완)

넬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의 ‘지나가’에 프로듀싱과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의 유닛 ‘린 온 미’가 부른 ‘영원+1’을 만든 이유다. 넬은 아이돌들의 아이돌로 불린다.

“서로 도움이 되는 것 위주로 하고자 해요. RM도 서로에게 도움이 됐죠. 저희 팬들이 아닌 다른 팬들을 만날 기회도 되고요. RM의 음악은 너무 좋았어요. 결과물이 서로에게 피해가 되는 것이면 할 필요가 없죠.”(김종완)

하지만 밴드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넬 멤버들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음악 교류만 하는 것이 밴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김종완은 “정말 각 분야의 뛰어난 멤버들이 모이면 가장 좋은 밴드가 나와야 하는데 꼭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밴드는 음악적 테크닉과 실력만이 아닌 여러 요소가 작용을 해요”라고 했다. 김종완이 화를 내고 있을 때 멤버들도 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는 이재경의 말은 밴드가 음악뿐 아니라 태도도 공유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한명이 힘들어하면 음악 만드는 것을 중단하고 ‘소주 한잔 하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죠. 한 멤버가 소위 말하는 슬럼프를 겪고 있으면 나머지 멤버들이 그 사람을 끌어올려 줄 수 있어요. 그것이 음악 만큼 밴드에게 중요하죠. 음악만 같이 하는 밴드가 있기는 있겠지만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요?”(김종완)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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