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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태훈]善意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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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태훈]善意의 역설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입력 2019-01-19 03:00수정 2019-0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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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정책사회부장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 풍족하고 여유롭게 하려는 선의(善意)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소득 증가를 위해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을 29.1% 올렸다.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시간 감축으로 기업의 추가 고용을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고자 했다. 목표는 못 사는 사람을 잘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더 받고 더 쉬게 하겠다는데 환호하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더 놀고도 더 받는 유토피아가 가능한지 의심하며 제도 시행에 반대한 사람이 많았지만 정부는 패러다임 전환을 내세우며 과감하게 밀고나갔다.

그런데 1년이 흐른 지금 결과는 어떤가.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못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되었다. 통계청의 2018년 3분기(7∼9월)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76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줄었다. 반면 상위 20%는 973만5700원으로 약 9% 늘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격차는 11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사이의 소득격차(3분기 기준)는 2016년 4.81배, 2017년 5.18배, 2018년 5.52배 등으로 현 정부 들어 더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리라 봤지만 결과는 일자리 감소로 나타났다. 특히 최하층 임금노동자인 아르바이트생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으면서 그나마 학비에 보탰던 알바비도 못 버는 대학생이 크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급격하게 올린 최저임금이 저소득층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다주었지만 노동시간 축소에 따른 소득감소와 연구개발시간 부족으로 인한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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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작용들은 모두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인간의 행위가 거의 대부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우리의 무지와 단기적 이해관계 등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맞닥뜨린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정부 정책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모든 정책에 역기능이 조금씩은 다 있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추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당국자들은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실행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

그런데도 예견된 역기능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국민들, 그중에서도 서민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간다. 1958∼1961년 중국의 대약진운동 당시 벌어진 ‘참새대학살’은 잘못된 정부정책이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마오쩌둥은 참새가 벼를 쪼아 먹는 것을 보고 해로운 참새를 모두 잡아 죽이도록 명령했다. 농민들은 닥치는 대로 참새를 잡아 없앴다. 쌀을 훔쳐 먹는 참새가 사라지면 농민들의 쌀 수확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천적인 참새가 사라지면서 해충이 창궐해 대흉년이 닥쳤고, 기근으로 약 3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농민을 위한다는 참새박멸이 농민을 떼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서양 속담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국민을 들뜨게 하는 화려한 정책일수록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라는 선의가 빈자(貧者)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역설적인 현실이 놓여 있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jefflee@donga.com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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