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만 노려보던 김연경 “당혹스럽지만 당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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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체류 ‘배구 여제’ 메신저 인터뷰
“꿈이 미뤄지며 다시 힘든 기다림, 하지만 잘 버티며 제대로 준비”
리그 중단돼 귀국 고민하지만 직항편 끊겨 경유노선 찾는 중

FIVB 제공
FIVB 제공
“너무 안타깝네요.”

24일 도쿄 올림픽 연기가 공식 발표된 뒤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2·터키 에즈자즈바시으·사진)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이 잘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림픽 연기에 대해서는 따로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겠다.” 현재 터키에 머물고 있는 김연경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대화에서 당혹스러워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 “연기는 당연한 결정… 잘 버티겠다”

김연경은 이날 소속사 ‘라이언앳’을 통해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활동이 힘들다. 도쿄 올림픽 연기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2020년 올림픽만 보고 지금껏 달려왔다. 꿈이 뒤로 미뤄지면서 선수들이 다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잘 버텨 내년 올림픽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4강에 앞장서며 최우수선수(MVP)상까지 거머쥐었던 ‘배구 여제’ 김연경은 그동안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도쿄 대회만을 보며 달려왔다. 김연경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의 목표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다. 김연경이 3년 전 펴낸 자서전 ‘아직 끝이 아니다’ 역시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김연경은 한국, 일본, 터키, 중국 리그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1월 올림픽 티켓이 걸린 아시아 예선에서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는데도 진통제 투혼을 발휘한 김연경은 터키로 복귀한 뒤에도 센터 양효진(31)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꾸준히 연락해 왔다. 현재 이탈리아에 머물며 부스토 아르시치오 사령탑을 맡고 있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의 연락도 주장인 김연경의 몫이다. 김연경은 “감독님은 중단된 리그가 빨리 재개돼 다시 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소식을 전했다.

한편 내년 올림픽이 애초 예정했던 7월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애매한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터키 등 유럽 리그는 5월에 마치는 경우가 많아 올림픽이 이때 열리면 리그 일정이 변경되고 대표팀 소집 일정도 빡빡해질 가능성도 있다.

○ “리그 재개 쉽지 않아… 곧 귀국 여부 결정”

지난달 3주간의 국내 재활 끝에 터키로 돌아간 김연경의 현재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그는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달 초 열기로 했던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도 선발 출전이 예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유럽 전역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현재 터키리그,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대부분의 리그가 중단된 상태다. 선수들도 동요하고 있다. 최근 팀 동료인 미국 출신 칼리 로이드가 자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김연경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아무래도 리그 재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은 항공편까지 막히고 있으니 집에 돌아가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경도 국내에 들어오면 진단검사, 자가 격리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김연경은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귀국 등 향후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터키 직항 노선 운영이 중단돼 카타르 도하 경유 노선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0 도쿄올림픽#김연경#여자배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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