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조-스 농구’ SK, 희한하게 잘 돌아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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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리바운드 궂은일 가담 늘고 부상 선수들 복귀 조직력 살아나
김선형→워니 속공은 리그 최고… 지난 시즌 9위서 여유있는 선두

“SK 농구는 ‘희조스’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 당시 문경은 SK 감독(사진)은 올 시즌 팀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희생, 조직력, 스피드를 강조하며 희한한 신조어 하나를 꺼내들었다. 처음 듣는 단어였겠지만 SK 선수들은 이미 체득한 듯싶다.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했던 SK는 초반부터 선두(11승 4패·승률 0.733)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키고 있다.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운 2012∼2013시즌(44승 10패·승률 0.815) 이후 가장 좋은 초반 페이스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 전자랜드가 ‘토털 농구’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 김종규를 영입한 DB가 ‘새 산성’을 구축하며 선두권 경쟁(9승6패·공동 2위)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전자랜드는 20일 KGC에 69-70으로 패하며 3번째 2연패를 당했지만 SK는 10개 팀 중 유일하게 연패를 모르고 있다.

이번 시즌 SK에는 무엇보다 ‘궂은일’을 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시즌 전 문 감독이 언급한 ‘궂은일 전담’은 최부경 정도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SK 공격의 제1옵션으로 굳건히 자리 잡으면서 다른 선수들은 팀을 위해 희생하기 시작했다.

195cm 김건우부터 203cm 송창무까지 200cm 내외의 장신 선수들이 슈팅 이후 곧바로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달려드니 상대팀으로선 부담이 만만찮다. 최근 5경기에서 SK가 챙긴 공격 리바운드 수(평균 12.8개)는 리그 전체 1위. 19일 LG전에서 13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한 최준용(200cm)은 이 중 공격 리바운드만 5개를 챙기며 LG 골밑을 휘저었다.

‘플래시 썬’ 김선형이 이끄는 속공(스피드)은 리그 최고(경기당 5.9개) 수준이다. 빅맨 워니까지 속공에 가담해 화끈한 덩크슛을 보여주고 있는 덕분에 벤치 분위기도 좋을 수밖에 없다. 전태풍 등 부상 선수들이 속속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최근 몇 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많이 얻은 SK에는 개성 강한 젊은 ‘구슬’이 많다. 이번 시즌 희조스라는 ‘실’로 전력을 촘촘히 꿰맨 SK가 2년 만의 정상 탈환을 꿈꾸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농구#sk#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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