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생각나던 주세종의 ‘대지 가르기’…벤투호 중원은 뜨겁다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0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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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펼쳐진 브라질과의 평가전은, 0-3이라는 큰 스코어 차이로 진 경기 치고는 뒷맛이 크게 나쁘진 않았다. 한국이 못한 것보다는 브라질이 더 잘해서 발생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개개인의 기량부터 팀으로서의 움직임까지, 과연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패스 하나 슈팅 하나마다 탄성이 쏟아졌다.

그런 강호를 상대로 한국은 제법 선전했다. 특히 엉덩이를 뒤로 빼고 어떻게든 버티다가 역습만 노린 게 아니라 우리가 준비한 전술대로 풀어가려했다는 게 또 고무적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상대는 브라질이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팀이고 어느 대회에 나가도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다. 그런 브라질을 상대로 우리도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면서 “감독님이 지금껏 해온 대로 해보자고 했다. 상대 진영에서 공도 몇 번 빼앗았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내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는 뜻을 전했다.

벤투도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그는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브라질이 이길만한 경기였으나 이런 큰 스코어가 날 경기는 아니었다. 브라질이 효율적으로 마무리한 차이”라고 말한 뒤 “실수가 실점의 빌미가 된 수비 쪽은 좀 아쉽다. 결과적으로 무득점으로 끝났으나 공격은 잘했다. 앞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박수를 보냈다.

이날 대표팀은 벤투 감독이 부임 후 내내 강조하던 ‘빌드업 축구’를 구현하려 노력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우리 축구’를 펼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억지로 차근차근 썰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단계를 많이 줄였는데, 그 중심에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주세종이 있었다.

지난 6월7일 호주, 6월11일 이란전을 끝으로 대표팀을 잠시 떠나 있다가 5개월 만에 벤투호에 승선한 주세종은 브라질전 한국 공격의 ‘기점’이었다.

주세종은 하프라인 아래 중앙에서 오버래핑 해 올라가는 좌우풀백 또는 윙포워드 황희찬과 손흥민을 겨냥한 중장거리 패스를 수차례 시도했다. 아무래도 브라질 좌우 수비가 공격 가담이 많기에, 그 뒤 공간을 노린다는 복안으로 읽혔다.

일단 그 중장거리 패스가 원하는 지점에 떨어져야 먹힐 수 있던 전략인데 성공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주세종은 마치 은퇴한 기성용의 전매특허 같았던 ‘대지가르기’가 떠오를 정도의 빠르고 정확한 장거리 패스를 좌우로 뿌렸다. 라인 밖으로 나가는 패스는 아예 없었고 거의 대부분 타깃으로 삼은 선수 앞에 제대로 배달됐다. 손흥민과 벤투 감독이 “우리도 찬스가 많았다”고 한 배경에 주세종의 패스가 있었다.

주세종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최종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쐐기골을 돕던 롱패스로 팬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원래부터 킥은 일가견 있는 선수다.

주세종이 5개월만의 A매치 복귀전에서, 그것도 브라질이라는 강호를 상대로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어필하면서 대표팀 중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적어도 브라질전에서 보여준 주세종의 패스는, 기성용의 빈자리가 아쉽지 않게 해줬다.

(아부다비(UAE)=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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