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리더십의 충돌…카리스마 vs 스마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22일 05시 30분


“6차전서 끝낸다” vs “5차전이면 충분” 올해 한국시리즈에선 두산의 관록과 키움의 패기가 격돌한다. 양 팀 사령탑의 색깔 또한 극명하게 대비된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형 두산 감독, 스마트한 장정석 키움 감독의 지략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결전을 하루 앞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 감독(왼쪽)과 장 감독은 각각 6차전, 5차전 안에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야심 찬 출사표를 던졌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6차전서 끝낸다” vs “5차전이면 충분” 올해 한국시리즈에선 두산의 관록과 키움의 패기가 격돌한다. 양 팀 사령탑의 색깔 또한 극명하게 대비된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형 두산 감독, 스마트한 장정석 키움 감독의 지략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결전을 하루 앞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 감독(왼쪽)과 장 감독은 각각 6차전, 5차전 안에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야심 찬 출사표를 던졌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2019년 한국시리즈(KS)는 전통과 혁신의 대결, 그리고 카리스마와 스마트로 표현되는 김태형(52·두산), 장정석(46·키움) 두 감독의 상반된 리더십의 충돌이다. 한 해설가는 “이번 KS 결과는 향후 몇 년간 감독은 물론 단장 선임 방향, 팀의 전력구성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장된 전망일까? 이번 KS는 리그 흐름의 충돌, 그리고 혁신적인 단기전 전술의 최종 시험대로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

물러설 수 없는 두 팀의 승부는 원년 챔피언이자 2010년 후반기 가장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전통의 팀 두산과 2008년 창단 후 오랜 어려움을 이겨내며 새로운 전술로 마지막 무대까지 오른 혁신적인 팀 키움의 격돌이다. 그만큼 그 결과에 깊은 관심이 쏠린다.

● ‘스마트 장정석’ 데뷔 첫 승 상대가 두산

1-2, 3-8, 2-9, 2-5, 3-12. 2017년 개막 후 히어로즈는 5연패를 당했다. 취임 때부터 의문부호가 많았던 초보선장 장정석 감독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러나 장 감독은 2016년 통합챔피언 두산을 만나 싹쓸이 3연승을 거두며 기사회생 했다. 개막 5연패 후 자신의 감독 데뷔 첫 승을 올린 최강팀 두산. 영원히 잊지 못할 승리였다. 그리고 ‘사령탑 3년차’ 장 감독은 그 두산을 2019년 KS에서 만나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장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매해 두산과 상대 전적 8승8패를 마크했다. 올해는 어땠을까. 키움은 두산에 9승7패로 앞섰다. 장 감독은 “두산은 최고의 강팀이지만 항상 팽팽한 승부를 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 ‘카리스마 김태형’ 3년 연속 준우승은 실패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취임 이후 5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끌어올렸다. 사령탑 첫해와 이듬해 KS 우승트로피도 들어올렸다. 이미 대단한 업적이다. 그러나 2017년과 지난해 준우승이 아쉽다. 3년 연속 준우승은 생각도 하기 싫은 아픔이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부터 보스기질이 남달랐다. 베어스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미래 감독감’이라는 평가가 이때부터 뒤따랐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대학 때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프로 입단과 함께 주축 전력으로 활약했다. 1990년 데뷔 첫 시즌에는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과 번갈아 안방을 지켰다. 1991년 조 전 감독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되고 김경문 현 야구국가대표감독이 태평양에서 돌아오며 김 감독과 마스크를 나눠 썼다.

1980년대 KBO리그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인정받았지만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선배와 함께 뛰며 자신만의 포수이론을 정립했다. 훗날 배터리코치로도 큰 인정을 받게 된 뿌리이기도 하다.

2015년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특유의 선수 장악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5년 연속 KS 진출을 진두지휘했다. 퓨처스 팀에서 공급하는 유망주들을 과감하게 1군에 기용하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뤄나가는 능력도 보여줬다.

타고투저가 이어졌던 지난해까지 타자에게 좀처럼 웨이팅 사인을 내지 않는 선 굵은 야구는 수비와 기동력이 강점이었던 두산에 장타력을 더했다. 공인구가 바뀐 올해는 여전히 롱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승부처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클럽하우스와 그라운드 모두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카리스마는 여전히 김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 무명의 감독에서 단기전 승부사로

장정석 감독의 스타일은 김태형 감독과는 전혀 다르다. 출발점부터 달랐다. 김 감독이 현역시절 오랜 시간 팀의 주장이었고 은퇴 후 촉망받는 코치였다면 장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의 화려한 스타팅라인업에 가려 대타, 대수비 전문 요원으로 뛰었다. 코치경험 없이 오랜 시간 프런트로 구단 시각에서 팀 전력구축을 바라봤다. 각 선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전략수립은 카리스마 없이도 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단단한 리더십으로 돌아왔다. 항상 스스로를 낮추지만 승부처에서는 몇 수를 뛰어넘어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강심장을 갖고 있다.

KS 1차전부터 양 팀 감독은 자기의 색깔대로 다른 선택을 했다. 김 감독은 두산 선발진 중 유희관, 세스 후랭코프가 기록적으로 키움에 강했지만 흔들림없이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선발로 선택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 에이스”라는 설명이다. 장 감독은 제이크 브리검이나 최원태가 아닌 두산에 가장 강했던 좌완 에릭 요키시를 1차전 선발로 정했다. 이유 역시 간단명료했다. “두산에 가장 강했다.” 걸어온 길과 스타일이 다른 두 사령탑의 정면 충돌, 가을 무대 그것도 KS에서 처음 만난 두 사령탑의 정면 충돌 결과는 어떻게 될까. 양 팀의 1차전은 22일 오후 6시30분 잠실구장에서 펼쳐진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