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유치원엔 언제 가?” 낯선 초등교로 불안한 등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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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유치원 원생들 붕괴 11일만에 수업

17일 상도유치원 원생들이 임시 교실이 마련된 근처 상도초등학교로 유치원 붕괴 사고 이후 11일 만에 첫 정상 등원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7일 상도유치원 원생들이 임시 교실이 마련된 근처 상도초등학교로 유치원 붕괴 사고 이후 11일 만에 첫 정상 등원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엄마, 우리 유치원은 언제 다시 갈 수 있어?”

17일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서울상도유치원’이라고 써 있는 노란 가방을 멘 김가은(가명) 양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말없이 낯선 등원길을 어색해하는 딸의 손을 꽉 잡았다.

6일 건물 붕괴로 휴업했던 상도유치원이 이날 상도초 안에 다시 문을 열었다. 상도초는 상도유치원과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약 70m 떨어져 있다. 상도초 정문에는 ‘상도유치원 유아들의 교육활동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유치원 학부모와 아이들 표정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원래 122명이던 원생은 사고 이후 3명이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하면서 119명으로 줄었다. 이날 등원한 원생은 102명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유치원 교실까지 동행했다. 학교 건물의 현관이 여러 개인 데다 임시교실은 1, 2층에 나뉘어 있어 5분 정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유치원 교문을 통과하면 바로 교실이라 아이들이 헤맬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등원 때 아이들이 건물 현관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전 유치원에서는 현관 입구에서 신발을 벗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교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신발을 벗어야 했다. 자녀와 동행한 학부모 A 씨는 “엄마들도 헷갈리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은 상도초가 공간을 내준 데에 고마워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학부모 B 씨는 “아직 유치원이 무너지는 악몽을 꾸는 아이들이 있다”며 “우리 아이도 사고 이후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손가락을 빠는 등 퇴행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붕괴된 유치원이 상도초와 가까워 등·하원을 할 때나 심지어 교실에서도 사고 현장이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생활 방식이 다른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한 공간에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초등 1, 2학년생이 하교하는 오후 2시는 유치원 원아들의 낮잠시간이다. 손자 3명을 상도초에 보내는 김모 씨(61·여)는 “유치원 아이들은 시끄러워서 낮잠을 제대로 못 자고, 초등학생들도 애들이 깰까봐 맘껏 뛰어 놀지 못해 서로 불편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존 유치원은 7개 학급이었지만, 임시로 확보한 교실은 6개뿐이다. 그렇다 보니 기존에 특수학급에서 따로 교육받던 원아 5명은 현재 일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상도초 관계자는 “유치원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며 “최대한 빨리 임시교실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상도초는 지난 주말 1, 2층 화장실에 유아용 변기를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상도초등학생과 유치원생 간 ‘동거’는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도유치원을 상도초 병설 유치원으로 전환하거나, 대체 부지에 새 건물을 짓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3월 이후 유치원 운영 방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운영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상도유치원#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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