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마다 여의도 면적이 묘지로 바뀌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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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묘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 친지들이 성묘를 가보면 장묘문화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전국의 묘지면적은 약 1025km²로 추정된다. 국토의 1%를 넘는 땅으로, 국민 주거면적 2646km²의 38.7%에 이른다. ‘죽은 자’가 ‘산 자’의 공간을 3분의 1 넘게 차지한 것이다.

화장 비율이 1994년 20.5%에서 지난해 82.3%까지 증가했음에도 묘지면적은 해마다 여의도 면적만큼씩 느는 추세다. 2001년 시한부 매장제의 도입으로 분묘 설치기한을 최장 60년으로 정했지만 기한 만료된 묘지의 철거가 부진한 탓이다. 개인 묘지 중 70%가량이 불법 분묘로 추정되나 이를 단속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없다. 정부가 전 국토의 묘지화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불법 고급 분묘가 늘어나는 것이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국토 잠식과 환경 훼손을 부추긴다. 예전의 소박한 봉분과 달리 비석, 석상, 석물을 세우고 벌초가 어렵다는 이유로 봉분 주변을 시멘트로 바르거나 돌을 까는 경우도 있다. 화장한 뒤에도 석실을 만들어 안치하기도 한다. 장묘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어도 자연 훼손이 심각한 이유다.

수목장 같은 환경친화적 자연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2015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화장 후 자연장’ 선호도는 45.4%로 ‘봉안당 안치’ 비율(39.8%)보다 높다. 막상 현실은 다르다. 봉안당 안치가 73.5%로 자연장의 16%보다 훨씬 높다. 영국의 장미묘원 등 선진국에서는 자연장이 인기를 누리는 것과 달리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중국의 저우언라이와 덩샤오핑, 인도의 네루 같은 세계의 유명 지도자는 묘지를 남기지 않았다. 화장한 뒤 강 바다 산에 재를 뿌려 봉분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는 대통령부터 기업인까지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을수록 묘지 크기부터 달라진다. 사회지도층부터 소박한 자연장 선택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장례방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가족의 혼란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후손을 생각해서라도 삶과 죽음의 공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장묘문화의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성묘#장묘문화#묘지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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