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 사실은 먼지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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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본격적으로 내 소개를 하지. 다들 내 이름은 알지? 그래 맞아. 초미세먼지(PM2.5)! 근데 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더군. 먼저 나는 그냥 먼지가 아니야! 갈매기살이 갈매기 고기가 아니듯 난 네 책상 위에 내려앉은 그런 먼지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그런데도 한국인들이 멋대로 내 이름에 먼지를 붙였으니 내가 열 받지 않겠어?

내 영어 이름을 보자고. Particulate Matter. 그래서 약자가 PM인 거야. 이걸 한국말로 풀면 ‘작은 입자의 물질’ 정도겠지. 정확히 말하면 대기오염물질에 탄소 등이 섞인 화합물이라고. 우리 ‘미세먼지(PM10)’ 형은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은 100만분의 1m 이하)야. 난 지름이 2.5μm 이하로 훨씬 작지. 그래서 ‘초’미세먼지라고 불리는 거야.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니 너희들 눈엔 보이지도 않아. 그럼 이제 너희들이 궁금한 걸 물어봐.

Q. 넌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거야?

A. 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희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선! 물론 꽃가루나 흙먼지 등으로도 만들어지긴 해. 하지만 보일러나 발전시설의 배기가스, 공사장의 날림먼지 등에서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지. 나의 사랑, 노후 경유차! 경유차에서 내뿜는 질소산화물이 나의 부모인 셈이지.

Q. 네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고 느껴지는 건 왜지?

A. 하하하, 네 삶의 일부가 됐다니 기분이 좋네. 하지만 속상하게도 실은 내가 점점 줄고 있어. 못 믿겠다고? 수치상으로는 그래. ㎥당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 평균 46㎍(마이크로그램)에서 2017년 25㎍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오히려 1970, 80년대에는 스모그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지. 네가 애독하는 동아일보를 찾아봐. 1989년 11월 27일자를 보면 ‘서울 스모그 갈수록 重症(중증)’이란 기사가 있잖아.

어쨌든 나는 줄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내가 많아졌다고 느낄까? 사실 나도 미스터리야. 사람들이 공기 질에 더 예민해진 탓이 아닐까? 또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으니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거야.

Q. 스모그나 황사도 네 형제인 거야?

A. 노노! 황사는 중국 내륙 네이멍구 사막에서 온 흙먼지야. 나랑은 차원이 달라. 비슷하게 생각 안 해줬으면 좋겠어. 스모그는 내 사촌쯤 돼. 스모그는 광범위한 대기오염 상태를 말하는 거거든.

Q.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우릴 괴롭히는 거야?

A. 남의 나라? 아, 중국! 우리도 모이면 어디 출신인지부터 물어봐. 보통 때는 30~50%는 중국에서 왔더라고. 13~15일처럼 전국이 ‘매우 나쁨’일 때는 최대 80%가량이 중국 애들인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 애들이라고 여기까지 오고 싶었겠어. 그저 바람 따라 정처 없이 온 거지. 탓하려면 겨울철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는 편서풍을 탓해야지.

나도 하나 물어보자. 중국 탓하면 뭐가 달라져? 아까 말했지. 난 석탄이나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배기가스와 매연 등에서 많이 생긴다고. 한국에도 공장이 얼마나 많아? 화력발전소는 또 어떻고. 경유값 싸다고 경유차는 또 얼마나 많이 타고들 다니는지….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당장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라고.

Q. 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거야?

A. 내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몹쓸 놈인지 설명하려니 좀 민망하네. 일단 난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잖아. 근데 또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요. 코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곧바로 폐로 슝~ 들어간다고.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를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나한테 오래 노출되면 기침이 잦아지고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어. 그러니 어린아이나 노인, 임신부, 순환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나를 잘 피해 다니라고. 나니까 이런 얘기도 해주는 거야!

어때? 이제 나에 대해 파악이 좀 돼? 너희들이 나 싫어하는 거, 나도 알아. 나 때문에 어린애들이 귀여운 얼굴을 마스크로 다 덮고 다닐 때는 나도 좀 미안하더라.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았다고. 이번 주말도 나와 함께 보내자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주말 미세먼지 ‘나쁨’…검증된 미세먼지 예방법 6가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지만 결코 즐길 수 없는 미세먼지. 결국 조금이라도 피할 방법을 찾는 게 최선입니다. 여기에 검증된 미세먼지 예방법을 모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곧장 소파나 침대에 파묻히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그런데 잠깐, 외투에 묻은 먼지는 털었나요? 밖에서 먼지바람을 맞은 털옷은 미세먼지를 쭉 빨아들이는 ‘미세먼지 깔때기’나 다름없습니다. 대문 밖에서 봄날 이불 털듯 팡팡 털거나 솔이나 테이프클리너로 정돈한 뒤 옷장에 넣어두세요. 머리카락 사이사이와 두피에 붙은 미세먼지는 머리를 감아야 완전히 떨어집니다. 그전에 대문 밖에서 머리를 터는 것도 잊지 마세요.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란 오명을 쓴 건 다들 기억하시죠? 실제 조리할 때 프라이팬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6, 7m 떨어진 거실까지 날아갑니다. 그러니 레인지후드는 조리가 끝난 뒤 10분 정도 더 틀어두는 게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가라앉기까지 10분 이상 걸리거든요. 별도의 환기 시스템이 있다면 같이 틀어두세요.

청소할 때 진공청소기를 쓰면 빨아들인 먼지가 사방팔방 다시 날릴 수 있어요. 배기부에 미세먼지를 잡아주는 헤파(HEPA) 필터가 달렸는지 확인해보세요.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해보니 미세먼지 제거율이 99.95% 이상인 H13~14 등급 필터는 전부 ‘합격’이었습니다. H10 등급(미세먼지 제거율 85%)인 제품 5개 중 2개는 규격 미달이었어요. 헤파 필터 성능이 낮다면 진공청소기 대신 물걸레로 청소하는 게 낫습니다.

공기청정기를 고를 땐 헤파 필터가 있는지는 물론이고 ‘표준 사용 면적’을 눈여겨보세요. 이 수치가 최소한 거실 크기 이상인 제품을 골라야 제 성능을 냅니다. 필터는 6개월마다 교체해주세요. 또 가습기를 같이 틀어 실내 습도를 50% 정도로 맞추면 물 분자가 미세먼지를 무겁게 만들어 공중에 덜 날리게 해줍니다.

미세먼지가 가시면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창틀이나 방충망을 물걸레로 한번 닦아야 한동안 쌓인 미세먼지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어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할 때는 포장지에 ‘KF80’(평균 0.6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80% 이상 차단)이나 ‘KF94’(평균 0.4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94% 이상 차단)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세요. 3세 이하 영유아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지만 꼭 나가야 한다면 KF80 마스크를 씌우세요. KF94를 쓰면 숨이 막힐 수 있어요.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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