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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환호 낳은 대입 개편안 [현장에서/최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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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환호 낳은 대입 개편안 [현장에서/최예나]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19-12-02 03:00수정 2019-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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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동아일보DB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만약 내 아이가 대입 개편안 적용 대상이라면 정말 화나겠다.’

지난주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자료를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었다. 정시 확대뿐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비교과 영역을 사실상 폐지하는 등 10년 넘게 유지해온 대입제도의 틀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적용 대상도 중2부터 고2까지 넓었다. 이를 반영하듯 학부모들의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특히 교육부가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하겠다고 한 2023학년도에 대학에 들어가는 중3 학부모들은 이달 고교 지원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했다. 교육부가 대입 개편안을 발표한 날 저녁, 서울 강남구의 A자율형사립고에서는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정부의 2025년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으로 분위기가 많이 위축됐지만 정시 확대로 전세가 역전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정시로 의대를 많이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유독 지원하겠다는 엄마들이 많아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2 학부모는 2024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정규 교육과정에서 하지 않은 비교과 활동을 폐지한다는 것에 혼란스러워했다. 학부모 B 씨는 아이가 수학 관련 경시대회나 탐구대회 스펙을 쌓아오던 것을 계속 이어나가게 할 계획이었다. 고교도 과학중점과정을 운영하는 명문 일반고에 진학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스펙이 쓸모없어졌다. B 씨는 “학종에서도 내신이 중요해질 텐데 평범한 일반고에 가서 1등하는 게 낫지 않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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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학부모는 교육부가 내년부터 대입 서류평가에서 출신 고교 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고교 프로파일도 전면 폐지한다고 해 걱정이 많다. 학부모 C 씨는 “내신이 치열한 학교라 1등급이 안 돼서 학종을 노리고 각종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챙겨왔다. 그런데 학교 정보를 가리면(내신 따기 어려운 학교라는 걸 모르는데) 누가 1등급 아닌 아이를 뽑겠느냐”고 말했다.

불안과 걱정의 결론은 학원이다. 학부모들은 겨울방학 때 수능 진도를 어디까지 뺄지, 어떤 학원이 내신 대비를 잘해 주는지 끝없이 묻고 학원 설명회에는 사람이 넘친다.

이런 와중에 1일 한 일타 강사가 인터넷 강의 사이트를 이적하며 찍은 자기소개 영상이 화제가 됐다. 강사는 왕 다이아몬드를 낀 손으로 슈퍼카를 운전하며 등장하고 요트도 탄다. 학부모들은 “저분이 요트 사는 데 1000만 원 정도는 보탠 것 같다”, “학부모들 불안감 덕분에 돈 버는 건데 부를 자랑하다니 안타깝다”고 했다.

교육부는 누구에게나 희망 사다리를 주기 위해 대입을 개편한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학부모들은 더 불안해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수입이 줄어야 할 사교육 시장은 환호할까.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 정책이 대통령의 한마디 지시가 내려진 이후 40일도 안 돼 나온 때문이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교육부#대입제도#대입 개편안#학종#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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