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없는 집에 초대 금지”…인천 여중 ‘성폭력 예방법’ 통신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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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2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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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중 가정통신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 여중 가정통신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 A 여자중학교의 '성폭력 예방법' 가정통신문이 논란이다.

A 여중은 지난 5일 교장 명의로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해당 통신문에는 '성폭력 예방을 위하여'라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성폭력 예방책'이 적혀 있었다.

예방책으로는 "평소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갖는다", "규칙적인 운동과 체력단련을 통해 힘과 자신감을 기른다", "집 안에 어른이 없을 때는 상대방을 초대하지도 초대받지도 않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르는 곳에서 데이트하지 않는다"라는 항목들이 있었다.

또 통신문에서 '성폭력 발생 시 대처방안' 항목에는 "인적이 없는 외진 곳에서는 성폭력범을 자극하는 행위(증거를 위한 사진 찍기, 전화로 신고하는 행위 등)는 오히려 성폭력범을 자극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침착하게 대처한다", "도망가기, 소리 지르기, 힘으로 대항하기, 설득하거나 속이거나 핑계를 대거나 협박하는 등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 "소리 지르기는 가해자를 순간 멈칫하게 할 수 있어 도망갈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주위에 도망갈 만한 곳이나 안전한 장소가 있을 때 이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라고 적혀 있었다.

통신문을 통해 A 여중은 "아시다시피 성희롱, 성폭력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라며 "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서 자녀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지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당 통신문이 폭력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집에 누구 초대하는 것도 제재 받아야 한다니",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하지 않게 할 게 왜 이렇게 많냐", "성폭력이 여자 잘못인가요? 가해자 인식을 고칠 생각을 해야지", "아니 왜 차라리 은장도를 들고 다니라고 하지",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조심 안해서 당한 것처럼 보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학교 측은 "이번 통신문은 학교폭력예방 홈페이지인 '도란도란'에 올라온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일 뿐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A 여중은 지난달 초 교사가 학생에게 '넌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니니. 나중에 임신 못 하겠네', '여자는 애 낳아야 하니깐 배를 따뜻하게 하고 다녀야 돼'라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하거나 허벅지를 만지며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스쿨 미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11일 A 여중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미투 관련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13일 A 여중의 스쿨 미투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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