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9억 수수혐의 3차 공판… 검찰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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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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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前총리측에 3억원 반환 요구”… 檢, 한만호 씨 면회 녹취CD 공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데 대해 검찰이 4일 열린 3차 공판에서 한 씨의 교도소 접견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CD 내용을 공개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된 CD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거세게 반발해 1시간가량 휴정하는 등 5일 새벽까지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기 9개월 전쯤인 2009년 5, 6월 의정부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한 씨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이 녹취된 CD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사본 등을 증거로 채택해줄 것을 신청했다.

검찰은 “CD에는 2009년 5월 한 씨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한 전 총리에게 3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문숙 씨에게 3억 원을 빌려줬다가 2억 원을 돌려받았을 뿐 그 외에 돈을 준 적이 없다’는 한 씨의 법정 진술은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한 씨는 이미 2008년 2월에 2억 원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한 씨의 법정 진술대로라면 2009년 당시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돈은 1억 원뿐인데 3억 원을 요구한 것은 한 씨가 최소 5억 원 이상을 건넸음을 뒷받침한다는 것.

검찰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2009년 5월 18일 한 씨 어머니는 한 씨를 접견하면서 “(한)명숙이가 미국 가 있대. 우리가 (이사)나갈 집도 없고 하니까 서로 돕는 방법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10여 일 후 명숙이 들어오면 상의해서 연락드리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2009년 6월 30일 한 씨는 어머니에게 “3억 얘기 했었거든, 3억이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어떤 대답이 오긴 올 거예요”라고 했다. 이후 돈을 받지 못하자 한 씨 어머니가 욕설을 써가며 한 전 총리를 비난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4월 17일엔 한 씨가 어머니에게 “다른 증거들이 다 나와 있어서 다른 방법이 없다. 못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이에 증인석에 있던 한 씨는 “구치소에 있는 동안 편지와 대화 내용이 다 스크린(검열)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의식적으로 검찰이 불편해하지 않을 멘트를 써서 한 얘기”라며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증거로 채택되지도 않은 녹취 CD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1시간가량 휴정을 한 뒤 검찰 측에 CD 내용을 법정에서 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증거 채택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한 씨가 구치소에서 “검찰에서 사실대로 얘기했는데 바지사장이 회사 되찾는 것을 도와주지 않아 법정에서 뒤엎겠다. 법원이 위증죄를 무겁게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동료 수감자 김모 씨 등 6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 씨는 “김 씨가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코치했다. 밀고자의 말을 믿을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2008년 1월 한 전 총리의 계좌에서 발행된 100만 원짜리 수표 30장 가운데 1장이 지인에게 전달됐고 22장이 아직 (은행에) 회수되지 않고 있다”며 법정 스크린에 상세한 계좌추적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 전 총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돈을 받은 적이 없는 내가 이 재판에 연루되면서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계속 계좌추적을 당해 위축되고 공포심을 갖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한 씨가 누군가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말을 바꿨다는 단서가 있어 위증교사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4차공판은 11일 오후 2시.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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