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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수능 대개편]“시험부담 줄어 좋긴 한데… ‘보름 족집게 과외’ 성행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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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수능 대개편]“시험부담 줄어 좋긴 한데… ‘보름 족집게 과외’ 성행할 수도”

동아일보입력 2010-08-20 03:00수정 2010-08-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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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안 현장 반응 19일 발표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방안’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단 응시횟수가 늘고 공부할 과목이 줄어드는 건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은 차수와 난도가 다른 시험 성적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에 잠겼다. 시험을 보름 간격으로 진행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나왔다.

○ 고부담 시험 탈피는 일단 다행

중3 딸을 둔 장란석 씨는 “아이들이 시험을 한 번 볼 때보다 마음이 편해 자기 실력을 제대로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시험이 끝나면 주변에서 모두 못 봤다는 말만 들리던데 이제는 ‘한 번은 잘 봤다’는 말이 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시험 두 번이 경쟁 두 번으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1 아들을 둔 이정애 씨(44·여)는 “어차피 좋은 대학 입학자 수는 한정돼 있다. 아이들이 저마다 잘 본 시험 성적표를 들고 모이면 대학도 학생 선발에 애를 먹을 것”이라며 “시험을 두 번 보는 게 경쟁이 심해져 아이들 스트레스만 더 늘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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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대학도 고민이다.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기회를 여러 번 주는 건 바람직하지만 반영 방법은 고민해야 한다”며 “두 번 중 좋은 걸 사용하라고 강제하는 것보다 대학별 상황에 맞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노 연세대 입학처장도 “1차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은 2차 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응시 인원이 다를 때 백분위 점수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시험 과목 축소도 찬반이 갈렸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중3 한솔 양은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너무 많아 힘든데 고교에 가서는 필요한 과목만 공부해도 된다니 다행”이라며 “몇몇 학생한테만 필요한 제2외국어도 수능에서 제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지금도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탐구 과목은 학생들에게 외면받는다”며 “한 과목만 보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도 부정적이었다. 김재필 순천향대 입학처장은 “장래희망이 생명과학자인 학생도 쉽게 점수를 따려고 생명과학이 아닌 다른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보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보름이면 ‘족집게 과외’ 충분

연구회 예상과 달리 ‘사교육 경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차 시험 후 보름 만에 2차 시험을 보면 이 기간에 ‘족집게 과외’가 성행해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기종 국민대 교수(교육학과)는 “1, 2차 사이에 ‘15일 특강’이 충분히 가능하다. 1차 이후 바로 2차 시험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이 A형, B형으로 나뉘는 것도 사교육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학생 대부분은 고3 여름방학이 돼서야 탐구 과목 공부를 시작한다. 저학년 때는 모두들 국어 영어 수학은 B형을 공부하려 들 것”이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A형 선택자가 늘면 또 다른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개편으로 수능 영향력이 줄어들어 대학별 고사 대비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시험을 두 번 보고 난도도 두 가지가 존재하면 현행 표준점수 체제보다 동점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사교육 수요는 대학별 고사, 특히 논술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A형은 누가 활용할까

연구회에서 A형 난도를 새로 도입한 건 대학 전공에 불필요한 과목을 고교 때 무리하게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이공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도 국어 공부에 매달려야 했지만 이런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대학은 고민이 깊다. 입시에 A형을 반영하기로 했다가 자칫 ‘2류 대학’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통해 지원 자격을 정하겠지만 인근 대학 눈치도 볼 수밖에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라며 “또 학과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을 때 학교 구성원 간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입학 점수가 꾸준히 오르는 과목에 B형을 적용했다가 지원자가 줄까 고민이다. 거꾸로 A형을 선택해 상승세가 끝나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A형을 얼마나 선택할지도 의문이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A형과 B형으로 나눠 선택권을 준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B형을 선택하려고 해 사실상 선택권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형 시험이 ‘2류 학생 전용’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재원 부산 대동고 교사는 “쉬운 A형을 선택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은 학력저하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014학년도부터 수능 두 번 치른다
▲2010년 8월19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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