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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밤의 회장’ 10년 탈법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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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밤의 회장’ 10년 탈법 덜미

동아일보입력 2010-06-22 03:00수정 2010-06-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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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큰손’ 구속영장
성매매업소 13곳 운영… 차명계좌 돈관리… 43억원 탈세

‘삐끼’로 출발 업계 거물로
‘북창동’식 서비스 도입
5년간 매출만 3600억

二重 바지사장까지 내세워
강남 고급 빌라도 지인 명의
입건 全無… 경찰 비호 의혹
30대에 유흥업계의 거물이 된 ‘이 회장’은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그는 1997년 유흥업소 호객꾼인 속칭 ‘삐끼’로 처음 유흥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맨몸으로 구르며 터득한 노하우로 2000년 서울 중구 북창동에 드디어 자신의 유흥업소를 갖게 됐다. 5년 뒤에는 강남에까지 발을 넓혔다. 그는 여종업원이 나체쇼를 벌이고 룸 안에서 성매매까지 하는 소위 ‘북창동’, ‘하드코어’식 영업 스타일을 최초로 강남의 유흥업소에 도입해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강남에 10곳, 북창동에 3곳 등 유흥업소 13곳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종업원을 고용해 유사성행위와 성행위 여부에 따라 A∼D코스로 나눠 성매매를 알선했다.

강남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 회장은 노골적인 서비스에 이른 저녁 시간대에 찾아온 손님에게는 할인을 해주는 조조할인 서비스 등 저가전략으로 강남 업계를 평정했다. ‘강남 물 흐린다’며 다른 유흥업소에서 반발하기도 했지만 이런 독특한 영업방식으로 ‘이 회장’은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유흥업계 거물이 됐다.

○ 독특한 방식으로 부 쌓은 ‘거물’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하고 300여억 원의 수입을 누락해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이 회장’인 이모 씨(38)를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13년간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알선해 왔지만 이 씨는 단 한 번도 경찰에 업주로 입건된 적이 없었다. 이 씨가 그동안 경찰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흔적을 치밀하게 없앴기 때문이다. 이 씨는 바지사장 박모 씨(38) 등을 내세우고 철저히 뒤에 숨었다. 바지사장으로 모자라 자신이 실제 업주라고 경찰에 주장하는 이중 바지사장을 세우기도 했다. 거래 명세는 모두 자금관리인 함모 씨(31)를 통해 관리했다. 이 씨 이름으로 된 통장이나 부동산 등 재산도 없었다. 이 씨는 바지사장과 노숙인 명의로 된 대포통장 등 차명계좌를 이용했다. 이 씨는 2년 전에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적발돼 수사를 받았지만 실제 업주로 끝내 밝혀지지 않아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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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성매매를 알선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올 때도 이 씨는 고급 외제차 벤틀리를 타고 왔다. 경찰은 이미 압수한 5군데 장부를 토대로 최소한으로 잡아 계산해도 이 씨가 5년간 3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 중 300억 원 이상의 수익금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 씨 장인 명의로 된 서초구 반포동의 215m²(약 65평)짜리 고급빌라 등 지인 명의의 세 군데 부동산도 실제 이 씨 소유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 소유의 유흥업소와 거래하는 주류회사가 반포동 아파트 구입 자금에 영업 보조금 명목으로 9억 원을 보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씨가 이중장부를 만들어 세금을 포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한 5개 업소 이중장부를 분석한 결과 업소 수익금 305억8000여만 원 상당을 누락해 42억6000만 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 경찰 비호 의혹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유흥업소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유통업체 대표로, 업체에 컨설팅을 해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확인에 나서자 이 씨는 과일도매상을 통해 유흥업소 명의로 발행하던 세금계산서를 유통업체 명의로 발행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자신이 대표라던 유통업체에 간판을 급조해 달아놓기도 했다. 거래해 오던 주류도매상들을 상대로 자신이 실제 업주라는 사실에 대해 함구하면 그동안의 외상을 갚겠다며 회유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이 씨가 10년 넘게 유흥업소 여러 곳을 운영하면서도 한 번도 업주로 입건되지 않은 배경에 경찰의 비호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평소 이 씨가 경찰 등 공무원을 관리하는 소위 ‘관처리’를 잘해 왔다는 주변인 진술도 있었다. 이 씨 소유의 유흥업소 종업원은 “장부에 기재된 ‘회식비’는 실제로 뇌물수수 비용을 뜻한다”고 진술했다. “회장님이 평소 돈을 많이 벌면서도 종업원 월급을 미루고 회식은 삼겹살 정도가 전부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은 이 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발췌해 경찰관 63명과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으나 내용은 파악하지 못해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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