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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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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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교육정책 결정 참여… 교내집회도 보장…
■ 도교육청 초안 공개


경기도교육청이 제정을 추진 중인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 초안에 학생들의 교내 집회와 교육정책 참여를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조례안 제정은 올 4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의 지지로 당선된 진보적인 김상곤 교육감의 대표적 공약사업 중 하나로 내년 상반기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생활지도를 포기해야 할지도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자문위원회는 17일 도교육청에서 전체 48개 조항에 이르는 조례안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학습권과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자치활동의 자유, 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이 일반 학부모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고 추상적인 ‘선언’ 수준의 내용이 많아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어떻게 허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어 교육현장의 혼란마저 우려된다. 특히 수업시간만 아니면 교내에서 집회를 열 수 있도록 허용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학교가 자칫 포퓰리즘적 정책 무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장이 필요하면 조건을 달 수 있도록 했지만 학생들이 원하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때 정치적 집회도 가능한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운영위원회나 교육청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인권조례안을 사실상 학생 생활지도의 ‘포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교내 집회 보장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분명히 학생들의 신분을 벗어난 것”이라며 “진정으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교과서 내용 그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학생 참여권만 주장하는 자문위

조례안 초안에는 복장이나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존중해 학교는 두발 길이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했다. 학교와 학생이 합의하지 않는 한 장발이나 파마머리, 과도한 염색도 막을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학생 신분에 맞는 용모와 규율을 준수하는 교육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정 종교과목 수강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또 빈곤층이나 장애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을 우선 지원토록 했다.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의 참여 여부도 학생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이른바 ‘강자(강제자율학습)’를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신 학교 밖에서 생활지도 대안이 필요하지만 초안에는 거론되지 않았다.

자문위원장인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참여권 보장”이라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몇 해 안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교육 혼란 가중

조례안을 마련하는 자문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논란이 됐다. 위원장인 곽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편향성 논란을 빚은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재삼 교육위원도 전교조 출신이다. 나머지 위원 11명도 이른바 ‘진보’ 단체 관계자나 김 교육감 지지 인사들로 알려져 많은 교육주체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내년 2월 최종안이 마련되더라도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교육위원회와 도의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관이 무상급식사업 등과 관련해 김 교육감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국 교육위원은 “무상급식 등 김 교육감의 정책 때문에 그렇잖아도 경기교육이 혼란스러운데 (조례안이) 의식만 앞서는 쪽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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