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구속, 제동 걸린 진보교육… 무상급식 - 학생인권조례 등 동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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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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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들어가는 곽 교육감 9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법원 들어가는 곽 교육감 9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일 법원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지난달 26일 공개된 곽 교육감의 후보자 매수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15일 만에 큰 고비를 넘겼다. 이번 수사는 한상대 검찰총장 취임 뒤 공개된 첫 대형 수사였기 때문에 곽 교육감의 구속 여부는 새롭게 갖춰진 검찰 조직 및 수사 전반에 대한 신뢰와 직결돼 있었다. 진보진영으로선 큰 타격을 입게 됐지만 한 총장으로선 첫 수사를 매끄럽게 마무리한 셈이다.

○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

9일 곽 교육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2시에 시작해 4시에 끝났다. 예상보다 짧았다. 법원 판단은 간단했다. 곽 교육감이 지난해 5월 19일 후보에서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올 2∼4월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 곽 교육감을 다른 관련자들과 격리한 뒤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공범인 박 교수가 구속 수감 중이지만 곽 교육감 측 인사들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곽 교육감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했으나 소용없었다. 특히 “박 교수가 먼저 거액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박 교수 측을 비난하는 주장까지 계속한 것이 오히려 곽 교육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한 주장들이 오히려 곽 교육감 측의 증거 인멸 우려를 더욱 뚜렷하게 부각한 셈이다.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개 주요 사건 피의자가 영장심사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거나 검찰 수사를 반박하는 여론전에 열을 올리면 구속 여부를 두고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 출처 불명 1억 원 수사로 중심 이동

검찰은 이제 박 교수가 받은 2억 원 중 1억 원의 출처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곽 교육감 구속 전까지 검찰 관계자들은 출처 수사 여부를 물을 때마다 “자금 출처 수사를 먼저 하는 건 수사의 앞뒤가 바뀌는 것”이라는 답변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직접 빌려서 마련했다고 진술한 1억 원에 대해 검찰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다. 떳떳하게 마련한 돈이라면 왜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지 곽 교육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일각에선 수사팀이 이미 출처 수사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거나 특별한 문제점을 더 찾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구속 수감된 곽 교육감에 대해서는 최장 30일까지 구속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 법정 공방은 이르면 다음 달 시작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담당한 공상훈 검사 직무대리 등 수사팀의 직무대리 기간이 끝나는 이달 24일 전에 곽 교육감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들을 기소할 방침이다. 예정대로 검찰이 이달 말 전에 곽 교육감을 기소하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선거사건 전담재판부인 형사합의21부나 27부 중 한 곳에 배당된다. 사건을 접수한 재판부는 기록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중순 이후에야 첫 재판 기일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선거사건 재판의 경우 행정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검찰과 곽 교육감 측이 증인을 대거 신청해 법정에 세우면 재판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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