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날 괴롭히면 倍로 갚는다” 내성적 장대호, 분노 범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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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 않고 범죄 전력 없어… 프로파일러 “가족과도 왕래 안해
자신 주장 절대 굽히지 않는 성격… 사이코패스 아니지만 사회성 부족”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대호의 얼굴이 21일 공개됐다. 고양=뉴스1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대호의 얼굴이 21일 공개됐다. 고양=뉴스1
“나는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만 남이 나를 괴롭히면 배로 갚아준다.”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대호(39·구속)는 경찰에 자수한 뒤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들과의 면담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먼저 남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보복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장대호는 투숙객 A 씨(32)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상대(A 씨)가 ‘모텔비 얼마야?’, ‘사장 어디 있어?’ 같은 반말을 했다. 나의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어 모멸감을 느꼈다.” 장대호는 경찰에서 A 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프로파일러들은 장대호가 면담과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토대로 ‘방어적인 측면이 있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굽히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판단했다. 또 사회성과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사이코패스 성향은 거의 없지만 분노 표출형 범죄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장대호는 자신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대해 뉘우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장대호는 자신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된 21일 취재진을 앞에 두고 “유치장 안에서 많이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대호는 자수 후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장대호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소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은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장대호가 일했던 모텔 사장과 종업원에 따르면 장대호는 모텔 내 시설이 고장 나면 먼저 나서서 고치기도 하는 등 성실한 편이었다. 술, 담배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장대호는 범죄 전력이 없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도 없다.

고교 졸업 후 잠시 회사를 다닌 적이 있었던 장대호는 2017년부터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일했는데 평소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장대호는 근무시간이 아닐 때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모텔 내 자신의 방에서 혼자 보냈는데 주로 인터넷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23일 장대호를 검찰로 송치하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A 씨의 시신 훼손 부위를 찾기 위해 수색을 계속하기로 했다.

고양=김소영 ksy@donga.com / 고도예 기자
#장대호#한강 몸통 시신 사건#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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