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왕 유방이 곰곰 장량의 말을 곱씹어 보니 굳이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그날로 한신과 팽월에게 사자를 보내 한왕의
“과인은 자방의 말을 듣고 항왕을 뒤쫓고 있으나, 애초에 이 일은 과인 혼자 힘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었소. 제
“항왕이 저렇게 물러나는 것은 군량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신이 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오. 용저가 죽는
그 무렵 한왕 유방은 고릉 북쪽 진채 안에서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었다. 한신과 팽월은 오지 않는데 패왕의
“한나라 기장(騎將) 관영의 군사들이 벌써 성보로 밀고 들어 왔습니다. 그 기세가 하도 사나워 감히 그곳에서 곡식을
불탄 것은 초군이 고릉에 들면서 인근 민가의 곡식을 털다시피 해서 모아둔 며칠분의 군량이었다. 당장 3만이나 되
녹각과 목책을 뚫고 지나느라 느려지고 흩어지게 된 초군은 방벽과 보루를 하나하나 넘는 동안에 더욱 속도가 느려지고
오래잖아 종리매와 환초 항양 정공 등이 각기 군사를 이끌고 패왕 항우 쪽으로 모여들었다. 가장 멀리 한왕을 뒤쫓았
“너, 이놈 옹치….” 못 이기는 척 말고삐를 잡혀 끌려가면서도 한왕이 옹치를 노려보며 꾸짖었다. 너무도 오랫동안
“누가 우리 대왕을 핍박하느냐? 어서 무례한 손길을 멈추지 못하겠느냐?” 그리고 달려와 한왕을 에워싸고
“장졸들이 피 흘리며 싸우는데 어찌 과인만 피한단 말이냐? 저들과 함께 여기서 싸울 터이니 너희들이나 후군으로 처진
중군(中軍) 한가운데가 돌파당하자 한군은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그때 다시 한군의 뒤를 돈 환초와 종리매의 군사
한왕 유방이 패왕을 뒤쫓으려 광무산을 떠날 때 주발은 한군의 선봉이었다. 그러나 양하에 이르러 번쾌가 먼저 나
“모두 멈추어라. 함부로 뒤쫓지 말고 대왕께서 이끄는 본진이 이르기를 기다리자.” 번쾌가 말고삐를 당기며 그렇게
“속임수는 무슨 속임수냐? 이 허허 벌판에다 대군을 숨기겠느냐, 불을 지르고 물을 가두겠느냐? 거기다가 우리 대